현대자동차는 중국에 부품 또는 완제품 생산기지를 두고 있다. 중국 정부가 신종코로나 확산을 막으려 공장 휴업을 연장하는 추세여서 제품 공급망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당장 오늘부터 생산이 중단되는 차종도 있다고 밝히고 있다. 팰리세이드, GV80, 그랜저 등 인기 차종이 먼저 대상이 될 확률이 높으며, 이번 주말 쯤이면 대부분 차종에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기아차에 배선뭉치로 불리는 ‘와이어링 하니스(Wiring harness)’를 납품하는 유라코퍼레이션, 경신, 티에이치엔(THN) 등 1차 협력업체의 중국 공장이 생산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하언태 현대차 사장은 “중국산 부품 공급 차질로 인해 휴업까지 불가피한 비상 상황”이라며 “휴업시기와 방식은 공장별·라인별로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공지를 올렸다.
다행히 노조도 위기극복 동참을 선언했다. 현대차 노조는 성명서를 내고 “사측이 위기 대응 능력을 보여준다면 노조는 품질력을 바탕으로 생산성 만회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사 한마음은 위기 극복의 지름길이다. 하지만 노사가 마음을 모으는 것만으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이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와이어링 하니스뿐 아니라 인건비 등 원가절감을 위해 국내에서 중국으로 생산 라인을 옮긴 대다수 부품의 공급이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공급선 다변화 등 위기 관리를 위한 대책을 고민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뿐 아니라 “핵심 부품을 국내에서 생산하고 해외공장 유턴(U-turn) 전략을 통해 상시 위기 대응망을 구축해야 한다”는 노조의 말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노조가 먼저 글로벌 기준에 맞춘 생산성 향상에 앞장서야 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중국에서의 감염자와 사망자 증가 속도를 볼 때 사태의 조기 종식은 쉽지 않아 보인다. 울산시도 과거 사스(SARS)와 메르스(MERS) 사태가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면밀하게 검토해 장단기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사스(2003년)와 메르스(2015년) 사태 때 우리 경제는 연간 기준으로 국내총생산이 각각 0.1, 0.3%포인트 정도 하락했다. 특히 현대자동차 협력업체들의 위기극복에 울산시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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