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 국가 차등제 채택
수요지와 생산지가 상이한 우리나라와 유사한 송전 특성을 지닌 곳이 바로 영국이다. 영국은 전체 수요의 50%가 런던을 중심으로 한 남부에 위치하고 있지만 저렴한 발전원의 대부분은 북부에 들어서 있다. 국내 송전 현황이 남부를 중심으로 북부로 향하는 북상 조류인 것과 마찬가지로 남하 조류 현상이 발생한다. 북부의 발전량 증가는 북에서 남으로의 송전 조류를 한층 더 증대시켜 전압 강하와 손실의 증대를 초래하고, 송전 설비를 더욱 증강시켜야 하는 상황을 야기하고 있다.
이에 영국의 전기요금제는 이러한 요소를 반영해 남부에 비싸고 북부에 저렴한 형태를 갖추고 있다. 미국과 호주 등도 역시 전기요금 차등제를 선택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차등제를 채택하고 있지만 지역별 차이가 아닌 가정용(주택용), 일반용, 산업용, 교육용, 농사용, 가로등 등 총 6개 계약종별에 따른 차등을 둘 뿐이다.
주택용·일반용은 정책 지원이 낮아 타 종별보다 높은 요금을 적용받고 있다. 생산 및 교육 부문은 요금 지원을 시행 중이며, 농사용·산업용 등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상대적으로 낮은 요금이 책정돼 있다.
◇지역 균형 발전에 효과
전기요금 차등제를 현실화하게 되면 세수 확대와 지원금 강화 등에 따른 지역 발전을 위한 재원으로 활용될 수 있다. 특히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정부의 정책과제를 실천하는 수단이자, 원전 등 발전소 소재 지역을 활성화시키는 하나의 방법으로 활용될 가치가 충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한국환경연구원이 2021년 12월 발표한 재생에너지 확산 이행 방안 연구에 따르면 전기요금 차등제를 시행할 경우 수도권은 농업, 광공업, 서비스업에서 각각 13억원, 3231억원, 1조2800억원, 제주권은 163억원, 357억원, 4088억원의 수요 감소가 발생한다. 반면 비수도권 지역은 모든 산업 부문에서 수요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의 전국 단일가격 대비 총 산출량은 5조2970억원이 증대되고, 부가가치 2조6510억원 증가, 경제 전체 취업과 고용은 각각 2만420명과 1만5004명이 증가하는 것으로 연구됐다. 울산을 비롯한 영남권의 경우 광공업과 서비스업 분야에서 부가가치와 취업자 증가가 7830억원과 8163명으로 나타나 높은 긍정적 효과가 기대됐다.
전기요금 차등제는 발전소 주변 지역의 우수한 산업체 입주 조건을 제공한다. 울산은 연간 발전량이 부산의 75% 수준에 불과하지만 사용량은 144%로 사용량이 월등히 많은 구조다. 이는 전기요금 차등제 도입 시 기존 기업 운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신규 기업 유치에도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차등제 지원 법안 발의
전기요금 차등제를 지원하기 위한 관련 법안은 이미 국회에 상정돼 있다.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이 대표 발의한 ‘분산 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은 대규모 발전소와 장거리 송전망을 통해 전기를 공급하는 중앙 집중형 전력 시스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법안이다.
이 법안은 원거리에 위치한 대규모 발전소 대신 소비 지역 인근의 발전소를 중심으로 지역 내에서 전력을 생산·소비하는 분산 에너지를 활성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장거리 송전망과 대규모 발전소 건설에 수반되는 막대한 보상 문제 등 경제적 비용과 사회적 갈등 등의 난제를 해소하고, ICT 기술 활용을 통해 에너지 신산업 창출을 도모하자는 취지다.
특히 박 의원의 법안에는 분산 에너지 활성화와 국가 균형 발전 등을 위해 전기요금에 대해 지역별 차등 요금제를 시행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자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이 법안은 지난 23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를 통과했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 통과 절차를 남겨두고 있다. 이춘봉기자 bong@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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