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히, 당내부에선 현재 프랑스에 머무르는 송 전 대표에 대해 “당장 귀국하라”고 강도 높게 압박하는 기류가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이번 의혹이 최초로 제기된 후로 송 전 대표는 지금까지 “잘 모르는 일”이라며 선을 그어왔다.
송 전 대표는 또 이재명 대표가 지난 17일 대국민 사과하며 요구한 조기 귀국에 대해서도 “한국에 들어가서 무슨 이야기를 하겠느냐”며 거리를 두는 듯한 입장을 취했다.
그는 파리경영대학원(ESCP) 방문 연구교수로 체류 중인 프랑스 파리 현지에서 오는 22일(현지시간)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예고한 상태다.
이런 태도에 민주당에선 계파와 선수를 가리지 않고 비판 여론이 들끓고 있다.
돈 봉투가 오간 정황을 알았는지, 이번 의혹에 얼마나 관여했는지 등과는 별개로 일단 귀국해 물의를 일으킨 것을 사과하고 진상 규명에 협조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먼저라는 것이다.
당내 최대 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더미래)는 19일 입장문을 통해 “당 대표가 조기 귀국해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달라고 했는데도 귀국을 미루며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하는 것은 전직 대표로서, 책임 있는 지도자로서 부적절한 처신”이라고 밝혔다.
초선 의원 모임인 ‘더민초’ 역시 송 전 대표의 조기 귀국을 촉구하는 내용으로 성명을 준비 중이다.
송 전 대표를 향한 당내 여론은 생각보다 심각한 수준이라는 게 의원들의 전언이다.
정부·여당이 ‘외교 이슈’로 고전하면서 민주당 지지율이 상승세를 보이던 상황에서 악재를 만난 지도부는 더욱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이번 의혹이 총선을 1년도 안 남긴 시점에서 도덕적으로 치명타가 될 수 있고, 이를 빨리 수습하지 못하면 민심이 급속히 악화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이런 기류를 반영하듯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당 지도부는 송 전 대표의 조기 귀국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발신했다.
고민정 최고위원은 “돈 봉투 사건은 독재 정권과 싸워온 우리를 무력하게 만들었고, 민주주의를 수호한다는 정당성도 무력화했다. 송 전 대표가 떳떳하다면 귀국을 피하고 미룰 이유가 없다”고 압박했다.
당 일각에선 지도부가 송 전 대표를 제명하거나 출당시키는 등 강한 조처를 해 쇄신 의지를 보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김두관 의원은 페이스북에 “이번 사건으로 민주당이 국민과 당원의 정치의식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이 잘 드러났다. 눈물을 머금고 우리의 허물을 두배, 세배 더 강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대야 공세를 퍼부었다.
김기현 대표는 페이스북에 ‘숨는 자가 범인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지난해 12월1일 해외로 출국한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에도 불구하고 귀국하지 않기로 했다”고 비난했다.
김두수기자 dusoo@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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