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소운의 옹기이야기(42)]‘펭’의 상품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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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소운의 옹기이야기(42)]‘펭’의 상품화
  • 경상일보
  • 승인 2020.02.11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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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소운 울산옹기박물관 큐레이터

제주의 이색적인 장소로 담화헌을 들 수 있다. 이곳에서는 제주옹기를 테마로 하여 그릇을 제품화하고, 카페와 갤러리를 통해 옹기와 소통한다. 입구에는 레몬청, 자몽청이 담긴 옹기가 즐비하다. 제주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제주옹기를 홍보하고 있다. 일반인들에게는 편안한 놀이터로, 옹기에 관심 있는 이들에겐 신선한 경험으로 한 발짝 다가가는 공간이다.

담화헌은 최근 ‘펭’이라는 문화상품을 개발하여 이목을 끌고 있다. 이름부터도 독특한 ‘펭’은 병(甁)을 뜻하는 제주 방언이다. ‘펭’은 흙으로 만든 술병과 초병의 형태를 본 떠 그 기능을 참고하는 데서부터 시작됐다. 단순해 보이지만 힘의 원리가 응용되지 않으면 완성되기 어려운, 옹기인 듯 아닌 듯 새로운 감각으로 탄생한 작품이다.

‘펭’의 형태는 누구나 알다시피, 입구와 몸체 부분이 서로 다른 형태를 가진다. 이는 건조되는 단계에서부터 제작자가 세심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가마 위치에 따라 미세하게 차이 나는 불의 온도는 원형의 흙에 변형을 가할 수 있는 조건을 가지기 때문에 구워지는 단계에서 형태가 어그러질 확률이 높다.

 

흙은 제주에서만 생산되는 화산토를 사용해 특유의 빛깔을 자랑한다. 제주 흙은 표면이 윤기가 나면서도 통기성을 가지므로 발효음료를 넣기에도 제격이다. 즉, 흙에서부터 불의 온도, 가마재임까지 모든 작업이 꼼꼼하게 이루어져만 비로소 ‘펭’이 완성된다.

‘펭’은 전통옹기부문으로는 유일하게 정부 조달청의 우수문화상품으로 지정돼 있다. 지방의 독특한 특징과 한국문화의 우수성을 담고 있을 뿐 아니라 실용성과 형태미까지 갖추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 과거의 그릇으로만 치부되던 옹기가 전통문화의 명맥을 잇는 새로운 문화상품으로 도약하는 신호탄이 되지는 않을까. 펭의 등장에 옹기문화 활성화라는 또다른 기대를 가져본다. 문소운 울산옹기박물관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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