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룡산을 말하다
무룡산은 울산시 북구 연암동·화봉동·신현동에 걸쳐 있는 산으로 본래 이름은 무리룡산이다. 무리룡산(無里龍山)에서 무리(無里)는 물을 의미한다. 따라서 무리룡산은 ‘물룡산’으로 물을 빌던 산이라는 뜻이다. 근대에 와서 무룡산은 기우제의 옛말인 무우제(舞雩祭)의 무(舞)자와 용(龍)자가 합쳐진 이름으로 주룡산에서 무제(기우제)를 지내는 산이라는 의미다. 원래 무리룡산은 지금의 울산 북구 대안동에 있는 높이 446.7m의 동대산이고, 조선시대 동대산은 높이 450.6m인 지금의 무룡산이다. 이렇게 이름이 바뀐 까닭은 무리룡산이 울산의 진산(鎭山)이었기 때문이다. 진산이란 그 지역을 수호하는 곳으로 제사를 지내는 중요한 산을 뜻한다. 그런데 처음 기우제를 지낸 진산이 무리룡산이었는데 조선시대에 동대산(현재의 무룡산)에서 기우제를 지내다 보니 동대산 일대 전체를 무리룡산으로 통칭했다. 이후 근대에 와서 동대산과 무리룡산의 위치 이름이 바뀌고, 무리룡산은 무룡산으로 바뀌었다.
무룡산 지명 변화의, 사실(史實)적 보고서는 다음과 같다. 무리룡산이란 지명은 1426년에 편찬된 <경상도지리지>에 처음 등장한다. 1530년에 간행된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무리룡산과 동대산이 함께 등장한다. 1749년에 나온 <학성지>에는 ‘무리룡산이 부(府)에서 동쪽으로 24리에 있다. 울주의 진산이다. 동대산은 부(府)에서 동쪽으로 25리에 있다. 곧 진산 일대의 통칭이다’고 했다. 여기서 ‘진산 일대’라는 말은 진산인 무리룡산과 동대산 전체를 포함한다는 뜻이다. 1786년에 편찬된 <울산부여지도신편읍지>에는 ‘무리룡산은 부(府)에서 동쪽 24리에 있다. 경주 동산(東山)에서 남쪽으로 내려와 진산이 됐다. 혹 동대산이라 일컫기도 한다’고 했다. 여기서는 무리룡산을 동대산이라 부른다고 했다. 1902년에 편찬된 <울산읍지> 역시 <울산부여지도신편읍지>에서 무리룡산을 동대산이라 한 기록 그대로다. 그러나 앞에서 말했듯이 무리룡산과 동대산은 서로 다른 산이다.
무룡산이란 지명은 1910년 조선총독부에서 편찬한 <조선지지자료> ‘경상남도 울산군 하부면’에 동대산과 함께 등장한다. 여기에서 무리룡산은 보이지 않는데 무룡산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1927년에 발행된 <울산지도>를 비롯한 이후의 모든 지도에 동대산은 무룡산의 북쪽에 있다고 표시돼 있다. 무룡산과 동대산의 위치가 오늘날 지도에 표시된 모습으로 바뀌었다. 현재 인터넷에서 이들 산을 검색하면 나오는 동대산(446.7m)과 무룡산(450.6m) 위치 표시는 바로 이 <울산지도>에서 비롯됐다.
◇무룡산, 울산이 사랑하는 진산
무룡산 가는 날은 구름이 끼어 흐렸다. 정자·주전 가는 옛길 입구에서 올랐다. 이곳은 무룡산으로 올라가는 최단코스로 어린애나 나이 든 이, 산행 초보자가 등반하기에 적합하다. 구불구불한 숲길이 숨구멍을 틔우며 우리를 안내한다. 20분 정도 오르니 길섶 축대로 사용된 바위에 시 10편이 새겨졌다. 박종해 시 ‘산울림’과 최종두 시 ‘오솔길’이 눈에 들어온다. 중국 안휘성 선성시 경정산(317m)은 무룡산보다 낮은 산이다. 경정산은 이백이 ‘경정산에 홀로 앉아’라는 시를 남긴 곳으로 유명하다. 이후 왕유, 맹호연, 백거이, 한유, 소식 등의 시인들이 이곳을 소재로 한 시를 남김으로써 경정산은 강남시산(江南詩山)으로 불리는 명산이 됐다. 경정산처럼 울산을 노래한 가편(佳篇)의 시들이 무룡산을 수놓길 바라면서 데크 계단을 밟으며 정상으로 간다. 구름이 물러나면서 하늘이 얼굴을 드러낸다.

지름 19m의 거대한 스캐터(전파를 바다로 발사하는 방식) 통신용 안테나 앞에 세운 2층 정자에 올라 보니 바다를 연모해 달려온 산맥이 마골산과 염포산, 방어진 쪽으로 뻗었다. 짙은 초록 산등성이와 옅고 푸른 바다가 한눈에 든다. 정자를 내려와 우리나라 최초의 국제통화시설인 무룡산 중계소를 지나 정상으로 간다. 무룡산 정상은 연못처럼 둥근 터다. 이런 지형 때문에 옛날 무룡산 꼭대기는 큰 연못으로 일곱 용이 살았고, 이곳에 일곱 선녀가 하늘에서 내려와서 함께 놀았다는 전설을 낳았다. 무룡산 정상에서 서면 멀리 울산만을 오가는 선박과 울산대교가 보이고, 태화강이 공장 굴뚝, 푸르고 흰 지붕 건물과 아파트와 들판을 따라 이어진 풍경을 연출한다. 경주 쪽에서 내려온 동천강은 강변을 비워두고 산 가까이에 아파트 촌을 보며 간다. 이렇듯 흐르는 풍경 속에는 땀 흘리는, 역동적인 울산이 담겨있다. 무룡산 정상은 우리 사는 땅, 울산의 삶과 풍경을 선연히 보여주는 곳이다.
무룡산은 고압적이고 웅대한 산이 아닌, 도시 가까이 있어 누구나 가기에 편리하며 친근한 산이다. 바다가 보이고 하늘과 땅 사이에 사는, 우리의 생활에 힘을 보태는 산이다. 어둠 속에서 산업 도시의 희망과 용기를 모아, 불빛을 쏘아대는 야경을 보는 산이다. 무룡산, 울산이 사랑하는 진산이다.
그림=최종국 한국화가·글=문영 시인
※QR코드를 찍으며 은은한 수묵에 담은 무룡산 영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 김은정 인턴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