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마음의 복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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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마음의 복조리
  • 경상일보
  • 승인 2020.02.18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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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수현 중남초등학교 교사

어린 시절 설날이 다가오는 추운 겨울밤, 간간이 “복조리 사이소~! 복조리”라는 소리가 들려오면, 저녁 내내 기다리시던 어머님이 얼른 나가 조리를 몇 개 묶어 사 오시던 기억이 있다. 조리에서 나는 특유의 향과 까칠까칠한 촉감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정월 초하루에 만들어 파는 조리는 특별히 복을 가져다준다고 해서 복조리라고 불렀다. 이른 새벽부터 조리장수가 조리를 팔기 위하여 초하루 전날 밤부터 복조리 사라고 외치며 돌아다녔다. 일찍 사면 살수록 좋다고 믿었기 때문에, 각 가정에서는 밤에 자다 말고 일어나서 1년 동안 쓸 수 있는 양의 복조리를 사는데, 밤에 미처 사지 못한 사람은 이른 아침에 사기도 했다. 조리는 쌀을 이는 도구이므로 그해의 행복을 조리와 같이 일어 얻는다는 뜻에서 이 풍속이 생겼다고 한다. 조리는 대나무를 가늘게 쪼개어 가는 죽사(竹絲)로 엮어서 만드는데, 이 조리를 각 가정에서는 몇 개를 한데 묶어 방 귀퉁이나 부엌에 매달아 두었다가 썼다. 조리 속에 돈과 엿을 넣어두면 더욱 좋다고 하였다.

요즘은 조리를 팔러 다니는 장사꾼의 외침도, 조리를 걸어두는 풍습도 사라지고 조리를 쉽게 찾아볼 수도 없게 되었지만, 마음의 소망을 담은 복조리는 누구나 하나씩 마음에 품고 살아가고 있지 않나 생각된다.

우리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는 ‘마음의 복조리’와 같은 물음이 있다.

‘나는 무엇을 잘 할 수 있는가?’

학생들이 자신의 꿈과 역량을 스스로 만들어 나갈 수 있게끔 마음에 품는 물음이며, 생각과 행동을 이끌어가는 구영중학교의 교훈(校訓)이다.

구영중학교는 ‘배움, 체험, 성장의 3UP 창의융합 인재육성 교육과정’을 통해, 학생들이 진로와 적성에 따라 의미 있는 학습경험이 가능하도록 하고, 미래사회에 필요한 인재로서 역량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창의·융합 진로 탐색 활동, 문화·예술·체육 활동, 민주시민 동아리 활동 등의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운영하고 있다. 이 중 전교생이 참가하는 ‘나의 꿈 발표대회’는 자신의 꿈에 관한 자유로운 발표를 해보고 함께 들으면서 서로의 꿈을 격려하고 공감하며 미래의 꿈을 향해 노력하는 서로에게 박수와 환호를 보내는 좋은 경험을 마련해준다.

특히, 구영중학교의 우리 마을 진로 길라잡(JOB)이 학생지원단은 교육부가 주최하는 ‘2019 지역특화 진로체험 우수사례 공모전’에서 ‘우리나라 미래 경제의 주인공,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발판, 울산의 지역특화진로체험 프로그램’으로 교육부 장관상을 수상하는 등 학생들의 재능을 발휘하고 역량을 키워나갈 수 있게 선생님들이 노력과 열정이 넘쳐나고 있다.

헤르만 헤세의 ‘수레바퀴 아래서’의 한스의 삶을 되새겨본다.

활짝 피어날 수 있는 소년 한스는 올바른 길로 함께 갈 수 있는 친구와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마음을 나누고 전할 선생님이 없어, 인생의 수레바퀴를 끌지 못하고 수레바퀴 아래로 사라지며 삶을 마감하였다.

소년에게는, 청춘에게는 꿈이 있고, 목표가 있다. 그것을 이룰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교사의 힘이 아닐까. 나는 무엇을 잘 할 수 있는가? 나 스스로에게 묻고 싶은 물음이다.

교사로서, 학생들에게도 ‘무엇을 잘 할 수 있는가?’라는 ‘마음의 복조리’를 하나씩 걸어주며 한 해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임수현 중남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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