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청소년보호, 문화적 환경 조성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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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청소년보호, 문화적 환경 조성에서 시작된다
  • 정명숙 기자
  • 승인 2020.02.20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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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가 청소년보호시행계획을 수립했다고 20일 밝혔다. 6억3900만원을 들여 청소년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계획안은 ‘청소년이 안전하고 건강한 울산’을 비전으로 4대 영역 21개 과제로 구성돼 있다. 4대 영역은 △유해 약물 접촉 차단 △건전한 성장환경 조성 △학교 폭력 예방 △근로 보호 등이다. 정부의 청소년보호정책 기조를 따른 형식적 계획일 뿐 아니라 범위가 워낙 포괄적이어서 계획을 위한 계획에 그칠 것이란 우려를 갖게 된다.

우리나라엔 전문 56조와 부칙으로 구성된 청소년보호법이 있다. 이 법은 1997년 3월7일 제정돼 7월1일부터 시행됐다. 유해한 매체물과 약물 등이 유통되는 것과 유해한 업소에 출입하는 것 등을 규제하고, 폭력·학대 등 유해행위를 포함한 각종 유해한 환경으로부터 보호·구제함으로써 청소년이 건전한 인격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돼 있다. 정부 방침을 좇아 울산을 비롯한 지자체가 마련하는 청소년보호시행계획도 이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여년간 청소년 유해 환경은 엄청나게 달라졌다. 울산시가 마련한 이번 보호시행계획안에도 시대상황을 반영하여 아르바이트 길잡이 책자 배부, 업소 계도, 합동점검 등 청소년들에게 일상화된 아르바이트에서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이 들어있긴 하지만 사이버 시대를 사는 청소년들의 생활 환경을 따라잡기는 역부족이다. 애초에 유해환경과의 접촉을 차단하는 것으로 청소년을 보호하겠다는 발상이 구시대적인 것이다.

청소년 보호는 청소년기의 신체적 특성을 고려하여 그들의 에너지와 끼를 긍정적으로 풀어낼 수 있도록 지역사회의 환경을 조성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청소년들이 유해환경으로 눈을 돌리지 않고도 흥미를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과 공간을 많이 만들어주는 것이 유해환경 접촉 차단보다 훨씬 효과적이라는 말이다. 울산의 지자체들은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를 외치고는 있지만 정작 학교 외에 청소년들이 머무를 만한 공간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유해환경 차단이라는 네거티브(negative)적 관리가 아니라 문화환경 조성이라는 포지티브(positive)적 지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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