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가 내 이름을 아는가
날 좋아하는가
나 때문에 비 오는 날 잠 못 이룬 적이 있는가
날 환영했는가
날 쓰레기 취급하지 않았는가
내가 더 잘나야 하는가
더 잘해주어야 하는가
지구가 좋아한 사람은 따로 있지 않았던가
기준이 공정했던가
급하니 찾는가
삐뚜름히 서서 밤의 지구 위 별을 본다
별이라는 우산
폭우 쏟아질 때 씌워주던 긴 손목
아무에게도 할 수 없던 얘기
귀에 손을 모았다 덮었다 하며 들어주던
무한한 경청
왜 그러는가 별은 또 내게 왜 주는가
언제 무엇으로 다 갚으라고
무한대의 빚부터 안기우고 시작하는가
처음부터 위기에 묶어두는가
“지구와 별은 서로 공존할 수밖에 없는 운명”

시인의 질문이 도발적이다. ‘삐뚜름’한 시선으로, 다소 시비조로 지구의 위기가 내 위기인지 조목조목 따지고 든다. 사실 지금의 기후 위기는 우리로선 억울한 측면도 있다. 분리수거도 착실히 하고 에어컨도 겨우겨우 틀며 지냈는데, 잘 사는 나라 사람들이 먹고 마시고 즐기느라 아낌없이 써댄 청구서가 그렇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도착한 형국이다. 이런 덤터기가 있나.
하지만 밤에 별을 볼 때, 그 별은 형언할 수 없는 위안을 우리에게 주며, 별이 주는 무한대의 ‘빛’은 무한대의 ‘빚’이 되어 우리를 묶어 놓음을 알게 된다. 지구도 하나의 별임을, 서로 공존할 수밖에 없는 운명임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칼 세이건의 표현대로 ‘창백한 푸른 점’인 지구. 그 사무치는 외로움에 처음부터 지구의 위기는 내 위기일 수밖에 없다.
송은숙 시인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