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은숙 시인의 월요시담(詩談)]김경미 ‘지구의 위기가 내 위기인가’
상태바
[송은숙 시인의 월요시담(詩談)]김경미 ‘지구의 위기가 내 위기인가’
  • 경상일보
  • 승인 2023.10.10 00: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구가 내 이름을 아는가
날 좋아하는가
나 때문에 비 오는 날 잠 못 이룬 적이 있는가

날 환영했는가
날 쓰레기 취급하지 않았는가

내가 더 잘나야 하는가
더 잘해주어야 하는가
지구가 좋아한 사람은 따로 있지 않았던가
기준이 공정했던가
급하니 찾는가

삐뚜름히 서서 밤의 지구 위 별을 본다
별이라는 우산
폭우 쏟아질 때 씌워주던 긴 손목
아무에게도 할 수 없던 얘기
귀에 손을 모았다 덮었다 하며 들어주던
무한한 경청

왜 그러는가 별은 또 내게 왜 주는가
언제 무엇으로 다 갚으라고
무한대의 빚부터 안기우고 시작하는가

처음부터 위기에 묶어두는가



“지구와 별은 서로 공존할 수밖에 없는 운명”

▲ 송은숙 시인
▲ 송은숙 시인

시인의 질문이 도발적이다. ‘삐뚜름’한 시선으로, 다소 시비조로 지구의 위기가 내 위기인지 조목조목 따지고 든다. 사실 지금의 기후 위기는 우리로선 억울한 측면도 있다. 분리수거도 착실히 하고 에어컨도 겨우겨우 틀며 지냈는데, 잘 사는 나라 사람들이 먹고 마시고 즐기느라 아낌없이 써댄 청구서가 그렇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도착한 형국이다. 이런 덤터기가 있나.

하지만 밤에 별을 볼 때, 그 별은 형언할 수 없는 위안을 우리에게 주며, 별이 주는 무한대의 ‘빛’은 무한대의 ‘빚’이 되어 우리를 묶어 놓음을 알게 된다. 지구도 하나의 별임을, 서로 공존할 수밖에 없는 운명임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칼 세이건의 표현대로 ‘창백한 푸른 점’인 지구. 그 사무치는 외로움에 처음부터 지구의 위기는 내 위기일 수밖에 없다.

송은숙 시인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대형 개발로 울산 해양관광 재도약 모색
  • [기자수첩]폭염 속 무너지는 질서…여름철 도시의 민낯
  • 신입공채 돌연 중단…투자 외 지출 줄이고…생산직 권고사직…허리띠 졸라매는 울산 석유화학업계
  • 수행평가 민원 시달리던 울산 교사 숨져
  • 아마존·SK, 7조규모 AI데이터센터 울산에
  • 울산, 75세이상 버스 무료 교통카드 발급 순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