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힘 김기현 지도부는 23일 당 쇄신 작업을 이끌 혁신위원장에 인요한(64) 연세대 의대 교수를 임명했다. 이에 당 내부에선 찬성·기대 기류와 동시에 우려의 소리도 함께 나왔다.
인 위원장은 ‘대한민국 1호 특별귀화자’다. 이른바 ‘푸른 눈의 한국인’으로 잘 알려진 그의 가문은 4대째 한국에서 뿌리를 내리고 교육·의료 활동을 펼쳐왔다. 구한말 미국에서 건너온 유진 벨 선교사가 외증조부다. 전남 순천 태생의 인 위원장은 연세대 졸업 후 1987년 서양인 최초로 의사 국가고시에 합격했으며, 1991년부터 32년간 세브란스병원 국제진료센터장으로 일해 왔다. 보수 정치권과의 인연은 2012년 10월께부터다. 18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박근혜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에 합류했다.
◇‘인요한 카드’ 인선 배경
김기현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인 교수는 지역주의 해소와 국민 통합에 대해 깊은 안목과 식견을 가진 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치 개혁의 필요성에 깊이 공감하고 투철한 의지도 가진 만큼 국민의힘을 보다 신뢰받는 정당으로 재탄생시키는 데 최적의 처방을 내려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혁신위에 전권을 부여하겠다고 했다.
인 신임 혁신위원장은 이날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이만희 사무총장과 상견례를 겸해 만나 혁신위 운영과 관련한 내용을 논의했다. 인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통합을 추진하려고 한다. 생각은 달라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자는 통합”이라고 했다.
◇기대와 우려 교차
당 지도부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일제히 ‘인요한 혁신위’에 기대감을 드러내며 힘을 실었다.
상대적으로 젊은 김가람 최고위원은 인 위원장 집안이 4대째 대를 이어 한국에서 교육 및 의료 활동을 펼쳐온 점 등을 거론, “그와 그 가족은 대한민국 역사의 변곡점에서 기여해왔고, 인 교수는 특히 호남과 특별한 인연이 있다”며 “국민의힘이 다시 한번 변화와 혁신을 선택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도권이 지역구인 한 초선 의원은 인 위원장 인선에 대해 “중도층 외연 확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당내에선 혁신위에 전권을 부여하고 독립적 활동을 할 수 있게 보장해 주느냐가 성패를 가를 것이란 지적도 나왔다.
이준석 전 대표 시절 꾸려진 ‘최재형 혁신위’에서 부위원장을 맡았던 조해진 의원은 “혁신위 안이 합리적일 때는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보장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주류에선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당 내부 사정을 잘 모르는 데다 경험이 부족해 쇄신 작업이 공염불에 그칠 수 있다는 의구심도 제기됐다. 천하람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MBC라디오에서 “흥미롭고 혁신적인 느낌은 나지만 실제 우리가 불편한 건 아무것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카드일 수 있다. 문제는 과연 정당 내부를 혁신하는 데 있어서 그 정도의 전문성과 경험을 가졌을지 좀 더 지켜봐야 할 부분 같다. 자칫 잘못하면 민주당 ‘김은경 혁신위’처럼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수도권 4선 윤상현 의원은 채널A ‘정치시그널’에 나와 “인 교수님은 국민통합위원장으로 적절한 분인데,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우리 당 체제를 개선하고 총선에 바람을 일으키기 위한 대수술이다. 여권 전체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그것을 대수술할 집도의가 필요한데, 그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김두수기자 dusoo@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