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승태(사진) 시인의 시집 <고독한 자의 공동체>가 걷는사람 시인선 104번째 작품으로 출간됐다. <고독한 자의 공동체>는 <바람분교> <사소한 구원>에 이은 한 시인의 세 번째 시집이다.
시집은 과거와 현재를 잇는 다리 위에서 한 시인만의 시간과 삶의 퇴적을 오롯이 담았다. 시인의 ‘우리는 왜 고독할 수밖에 없는가’라는 질문에 골몰하며 가만히 걸음을 옮긴다.
‘몸뚱이 하나를 밤비는 언제 다 적시나’ ‘별의 목소리 겹쳐 들었다는 그때’ ‘어제 그리고 오늘’ ‘중간놀이’ 등 4부에 걸쳐 56편의 시를 수록한 시집에는 진솔하게, 때로는 유쾌하게 자신만의 시 세계를 펼쳐 보인다.
‘당신은 딸아이의 실내화를 빨고 있었고/ 나는 맞은편에 앉아서 이를 닦고 있었지/ 칫솔은 실내화의 겉은 물론 깔창까지/ 닦고 또 닦았어 꺼끌꺼끌한 혓바닥까지…(후략)’ ‘당신이라는 안부’ 일부.

시인의 통찰은 거대한 공동체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시 세계에서는 여러 가지 형태의 공동체에 속한 구성원이 서로의 삶을 살피고 이해하기 위해 힘쓴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낡지 않고 함께 살아가겠다는 다짐은 생이 꿈틀거리는 감각을 묘파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서로를 온전히 이해하는 일은 서로의 존재를 위로 삼아 더 멀리 발을 떼어 보는 풍경으로 전해진다.
박다솜 문학평론가는 “한 시인은 속절없는 시간의 흐름으로 인해 상실된 것들을 애도하는 한편, 시간과 함께 흘러가는 일의 어려움을 노래하고 있다”며 “무엇보다 인간의 삶은 결국 실패란 것을 떠나 나 역시 실패할 것을 알지만 최선을 다해서 해내고야 말겠다는 결연한 다짐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시”라고 평했다.
울산 남구 고래문화재단 전시기획팀 팀장으로 일하고 있는 한승태 시인은 1992년 강원일보 신춘문예(시 부문)로 등단해 제1회 실레작가상을 받았다. 시집 <바람분교> <사소한 구원>, 산문집 <#아니마-시와 애니메이션의 미메시스> 등을 펴냈다. 124쪽, 1만2000원, 걷는사람.
전상헌기자 honey@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