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포천과 일산천 그리고 대송천은 콘크리트 박스로 덮은 복개천 형식이기에 하천의 변화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기 어렵다. 본보 취재진은 지난 15일부터 16일까지 이틀간 동구지역 복개 하천의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살펴봤다.
대송천은 울산과학대학교 동부캠퍼스 일원에서 발원된 실개천으로 화정동, 일산동 일대를 지나 일산해수욕장으로 이어진다. 동부캠퍼스부터 해수욕장 백사장 직전까지 복개돼 있다.
복개된 끝부분인 일산해수욕장 모래사장 방면에 대송천 우수박스가 설치돼 있다. 이 우수박스 인근에 다다르자 심한 악취가 코끝을 찌른다.
100여m 인근에 공중화장실이 있음에도 일산해수욕장 행정봉사실 앞 가건물 벽면에 물조리개를 잘라 만든 간이소변기가 설치돼 있다. 바로 옆에는 뒤처리용 물바가지 등이 놓여 있다. 이 간이소변기 끝부분은 담벼락 바로 아래로 흐르는 대송천에 닿아 있다. 최근까지 사용했는지 간이소변기 주변에서는 암모니아 냄새가 진동한다. 인뇨(人尿)가 여과 없이 대송천으로 유입되는 장면을 유추할 수 있는 상황이다.
더군다나 이 우수박스 끝 지점에는 각종 퇴적물과 침전물인 오니가 잔뜩 쌓여 있다. 한눈에 봐도 탁도를 예측할 수 있을 정도로 색깔이 시꺼멓다.
문제는 이 우수박스와 해수욕장과의 거리가 불과 30~40m 정도밖에 안된다는 점이다.
“이런 곳 옆에서 해수욕을 즐겼다니 소름 끼칩니다” “사용 유무를 떠나 오줌통과 같은 게 하천 벽에 설치되어 있다니, 어처구니 없네요. 지자체는 뭐 하고 있는 겁니까”라며 지나가는 관광객과 시민들이 한마디씩 거든다.
복개천이 바다를 향해 뻗어있기에 오수 등 오염수가 섞일 경우 자칫 해양오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
대송천 우수 방류시설은 빗물을 모아 일산해수욕장으로 흘려보내는 시설로 40여년 전 복개 형태로 설치됐다.
울산시는 지난 2011년 ‘울산시 하수관로 정비 임대형 민자사업’을 통해 904억9000여만원을 들여 우·오수관을 분리하는 등의 사업을 진행했다. 비가 오면 독립된 우수관을 타고 복개된 하천으로 유입되고, 가정 등에서 발생한 오수는 오수중계펌프장을 거쳐 수질개선사업소로 연결되도록 했다. 하지만 우수박스에 직접적으로 인뇨 등 오염수를 방류하거나, 빗물이 흐르는 우수관과 가정용 허드렛물이 나오는 오수관이 서로 잘못 이어져 있는 오접 상태로 인해 우수관을 통해 오수가 배출되는 경우도 다반사다.
다세대주택에서도 베란다에 세탁기를 설치하거나 우수받이에 이물질을 넣는 행위 역시 하천 오염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하천이 도로 등으로 가려져 있어 하천 생태계 문제나 변화 상태를 즉각적으로 대처하기 어려운 것 또한 사실이다.
동구청 관계자는 “관내 우·오수관이 모두 분리돼 있다 하더라도 오접된 가정을 직접 발굴하기엔 물리적으로 한계가 있다”며 “해수욕장 가건물은 일산오수중계펌프장 지중화에 맞춰 이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동구가 우수관을 통한 오수 배출을 막고자 우수박스에 50~60㎝ 높이의 우수 토실을 설치해 오수 유실을 막고, 오수중계펌프장으로 이동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우천시에는 오수가 범람해 바다로 유입되는 등 대책 실효성이 떨어지는 실정이다.
최근 들어 복개천을 허물고, 생태하천 복원을 실시하는 지자체도 속속 등장한다. 하지만 주차난이 심각한 동구는 복개된 하천 위를 주차장이나 도로, 학교 등으로 사용하고 있어, 이전 부지 확보 및 예산 문제로 복원 사업 자체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돼 각별한 관리가 요구된다.
김종호 울산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우선 용역을 통해 하천의 오수관 연결 상태에 대한 현황 파악이 선도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김 교수는 “과거 태화강을 생태하천으로 변모시킬 때 만든 마스터 플랜을 복개천 등 지방하천에 적용하고, 지속해서 모니터링해야 한다”며 “복개천 복원은 대부분 경제적 이유로 이루어지는데, 친수공간으로 조성 시 소요되는 예산이 막대해 관련 예산 검토 및 주민들의 의견 수렴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신동섭·오상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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