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우리가 가보지 않은 위험한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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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우리가 가보지 않은 위험한 길입니다
  • 경상일보
  • 승인 2024.03.08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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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치호 마인드닥터의원 원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지금의 의료대란에 의사의 한 사람으로서 참담한 심정입니다. 많은 요인이 내재돼 어렵고 복잡한 의료문제에 정부와 의료계가 충돌하여 왔습니다. 그 어떤 일보다 어려운 것이 의료 영역이어서 정부 또한 고심이 많을 것입니다. 지금 우리는 가보지 않은 위험한 길로 가고 있습니다. 6년 뒤에 5000명의 의사가 쏟아져 나오면 정부가 바라는 대로 필수의료과에 지원을 할까요? 또 이들이 수련할 대학병원이 의대생 인원만큼 늘어날까요? 구속된 이대목동병원 소아과 의사처럼 감옥에 갈 수 있는 소아과를 할까요? 차라리 바로 개원의가 되어 경험없이 진료를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나라가 키워준 공공의사도 아닌데 지방에 가도록 강제할 수 있을까요? 지금도 고갈된 건보재정이 늘어난 의사만큼 앞으로 2배에 가까운 의료비를 감당하지 못하면 우리나라만 있는 의료보험시스템은 파국을 맞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 선진국이 나아간 길처럼 공공의료와 민영의료가 양립하는 시스템으로 갑니다. 의사를 보기 어렵고 질 낮은 공공의료와 아주 높은 보험료를 내야 하는 부자의 영역인 민영의료 말입니다.

잠을 못 자고 일을 하며 싼 인력으로서 스스로 노예라고 여기는 전공의는 전문의가 되어 소신 진료로 안정적인 생활을 하기만을 바라면서 참아 왔습니다. 그런데 정부가 의대 2000명 증원과 필수의료 패키지 정책에서 개원허가제와 갱신제 등 사회주의적인 방향으로 미래의료를 고정해버리니 이 젊은 의사들에겐 충격이었습니다. 한의사, 물리치료사, 세무사처럼 라이센스를 가진 의사에게 인원을 1.5배로 파격적으로 증원하며 계속 늘리겠다는 것은 이들에게 ‘죽이기’로 다가오지 않을까요? 사명감만을 강조하면서 그들이 예상해온 미래를 뒤흔드는 심리적 공황상태를 만들었습니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하겠다고 공표하는 것에 이곳이 자유대한민국이 맞는지 의심이 들었을 것입니다. 중범죄자에게나 조치하는 해외출국 금지를 전공의 모두에게 명령한 것을 보면 젊은 의사가 저항보다는 포기의 마음으로 해외에 가서 의사를 하려 한다는 것을 알게 된 것 같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자유를 가장 중요한 가치로 말해 왔고 시장경제, 건강한 보수를 강조해왔습니다. 그런데 의료만은 급진적인 사회주의로 밀고 나가는 것에 놀라며 반대하는 실용과 보수의 생각을 가진 이들이 있습니다. OECD가 매년 발표하는 ‘Health at a glance’란 보고서를 인용하며 정부가 인구당 의사 수가 우리나라가 적다는 것 하나만 인용하며 다른 내용을 무시하고 국민을 호도하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의료 건강 수준이 높다는 자료들 즉 진료 대기시간이 짧고 국민 1인당 일년에 의사를 보는 횟수가 가장 많으며 국토면적에 병원과 의사의 밀도가 높고 의사 증가율이 OECD 평균의 2.6배이며 암 등 중증 질환의 치료율이 최고라는 것입니다. 우리의 훌륭한 의료 인프라와 접근성을 세계가 부러워하여 치료받으러 올 정도이니 정부가 판을 뒤흔들지 말라고 합니다.

우리에게 희망이 있을까요? 이제 이공계로 가서 선진한국의 인재가 될 수 만명이 의대 입시에 몰릴 것입니다. 대학총장들은 정부의 증원 명령에 고양이가 생선에 입맛을 다시듯 3400명으로 늘렸습니다. 정작 가르쳐야 할 의대교수들은 반대의 뜻으로 삭발투쟁에 들어섰습니다. 의사들은 각자도생하며 의대증원에 계속 반대만 할 뿐 의료 개혁을 하지 못한 것에 반성해야 합니다. 이런 의료제도를 후배에게 물려준 것이 정말 미안한 일입니다. 행여 국민에 높은 수입으로 위화감을 조성해왔다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해야하는 의사로서 송구한 일입니다. 다행히 의사의 수입은 가파르게 감소해왔습니다. 의료의 판이 흔들리고 당연히 예상해온 소신진료의 희망이 꺾이더라도 환자를 두고 나온 것은 도의적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MZ세대 의사가 저항보다 이 땅에서의 의사를 포기하는 심정을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사회의 어른들은 이 사태를 수습하고 대화를 하도록 중재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원점에서 의료정책을 검토하고 우리의 의료서비스 수준이 최상이더라도 의사가 늘어나야 한다면 점진적으로 시행합시다. 다만, 청년의사가 마음의 준비를 하도록 도와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그리한다면 우리에겐 희망이 있습니다.

한치호 마인드닥터의원 원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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