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영의 버섯이야기(42)]울산서 새로 발견한 선비먼지버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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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영의 버섯이야기(42)]울산서 새로 발견한 선비먼지버섯
  • 경상일보
  • 승인 2024.03.11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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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석영 울산대 명예교수

3월이 되어 봄기운이 완연해지면 미세먼지, 초미세먼지, 먼지알레르기 등이 걱정거리로 등장한다. 먼지라는 말은 우리네 생활에서 그리 대접받는 말은 아니어서 보잘것없고 하찮은 대상에게 ‘먼지 같다’라고 표현한다. 그리고 인생의 덧없음이나 하찮음을 ‘먼지 같은 인생’이라고 하기도 한다. 그런데 버섯은 먼지처럼 나타났다가 먼지 같은 포자를 날리고 사라지는 까닭에 먼지와의 일정한 관계를 설정할 수 있다.

그리고 버섯 중에는 먼지버섯이 있는데, 매년 이맘때 약간 비탈진 언덕에서 무리지어 발생하는 대표적인 봄 버섯이다. 며칠 전 평소 버섯 공부에 관심이 많은 생태해설가 박희숙(아이디 꿀벌) 님이 버섯 사진을 보내 왔다. 초봄에 흔하게 보던 먼지버섯이라고 생각하고 간단히 답하고 넘어가려다가 다시 생각해보니 이것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발견된 희귀버섯인 선비먼지버섯이었다. 선비먼지버섯은 산림청 임업연구원이 1990년대 비무장지대의 생태 조사 과정에서 발견한 신종버섯으로 강원특별자치도 고성군 거진읍 건봉산에서 2개체를 발견했을 뿐이었다.

▲ 울산대공원에서 발견된 선비먼지버섯.
▲ 울산대공원에서 발견된 선비먼지버섯.

먼지버섯의 속명인 ‘아스트레우스 Astraeus’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황혼의 신 아스트라이오스(Astraios)에서 따온 것으로 ‘별의 남자’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산림청은 새로 발견한 버섯의 학명을 ‘Astraeus ryoocheoninii’로 정하여 관련 자료를 2017년 국제 자연 생태학지인 <마이코택손 Mycotaxon>에 발표하고 한국명을 한국적 이미지를 부여하기 위해 ‘선비먼지버섯’이라고 명명했다.

이 버섯의 가장 큰 특징은 열편(갈라진 조각)이 6~10개인 기존의 먼지버섯과는 달리 열편이 13~15개나 되며, 발생지가 해안의 흑송 및 적송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꿀벌님에게 이 버섯을 어디서 발견하였느냐고 물으니 울산대공원 솔마루길에서 발견하였다고 한다.

울산대공원도 개장한 지 햇수로 20년이 되었으니 이제는 생태공원으로서의 면모를 충분히 갖추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세계적인 희귀종 버섯이 울산에서 발견한 것은 기쁜 일이고 게다가 우리 문화의 자랑거리인 ‘선비’를 붙여 명명한 선비먼지버섯은 단순한 먼지가 아닌 우리의 보물이 분명하다.

최석영 울산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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