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애매모호한 공공 조형물이 랜드마크가 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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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애매모호한 공공 조형물이 랜드마크가 되려면
  • 강민형 기자
  • 승인 2024.03.12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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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민형 사회문화부 기자

공공 조형물 관련 취재를 하며 수십 개의 조형물을 마주했다. 공공성을 가졌지만 공공 조형물이 아닌 것도 있고 공공성이 와닿지 않지만 공공 조형물로 분류된 것도 있었다.

공공 조형물 중에는 관광지에 설치된 것도 있고 지자체의 정체성을 드러내기 위해 조성된 것도 있다. 지역의 유래와 특징을 담은 조형물도 있고 도시 경관, 재생 목적으로 세워진 조형물도 있다.

취재를 하면서 느낀 게 있다. 공공 조형물도 ‘유행’을 탄다는 것이다. 공공 조형물은 2000년대 초 공공 디자인, 경관 개선 등을 위해 도심이나 상징성 있는 곳에 들어서기 시작했다. 초반에는 지역 특산물, 특징을 살린 직관적인 공공 조형물이 유행했다. 규모만 크고 세련되지 못한 공공 조형물이 연달아 도심과 주요 지점 등에 들어서면서 비판의 대상이 됐다.

그러자 상징탑 등 상징적인 의미를 가진 조형물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시계탑과 특정 이미지를 차용한 조형물 등이 우후죽순 나타났다. 비슷한 이미지의 조형물이 도심 곳곳에 들어서면서 시민들의 피로감을 유발했다. 이후에는 경기·상권 활성화 목적의 게이트와 상징물, 조각품 등이 나타났다.

이같은 흐름은 울산도 다르지 않았다. 지속 가능성보다는 유행을 따르면서 논란이 되는 조형물이 생겨났다. 실제로 지난해 울산에서도 공공 조형물 332개 중 12개가 철거됐다.

여기까지만 보면 공공 조형물의 설치·관리 기준과 도시와의 지속 가능성만 고려하면 조형물 관리 문제는 쉽게 해결할 수 있을 것만 같다.

하지만 울산에는 공공 조형물 외에도 적지 않은 조형물이 존재하기 때문에 조형물 관리는 단순한 일이 아니다.

공공 조형물과 일반 조형물이 혼재하면서 전체 조형물의 현황을 한눈에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각각의 조형물은 성격에 따라 관리 부서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홍보 목적은 관광과, 일반 시설물은 경제정책과, 지자체 상징물은 총무과 등으로 분류된다.

일괄적으로 관리하기도 어렵다. 지자체별로 담당자가 배정되더라도 개·보수 비용으로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수리가 미뤄지는 일도 부지기수다. 조형물 대부분이 야외에 노출돼 쉽게 파손되거나 빨리 노후화되는 문제에 직면해있기 때문이다.

지역에 난립하고 있는 각종 조형물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설치, 관리 주체가 달라 파악하기 어려웠던 조형물을 전수조사해 현황 파악부터 해야 한다. 공공성, 지속 가능성을 고려해 공공 조형물의 개념과 범주를 다시 설정하는 것도 필요하다. 조형물 설치 전 심의에서 향후 관리 방안과 조화성 등 평가 항목을 구체적으로 세분화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오래된데다 주목받지 못하는 조형물은 과감하게 철거하고 비워진 공간과 주변에 집중하는 것도 중요하다. 새로운 것으로 채워 넣기보다 넘치는 것을 덜어낼 때다.

강민형 사회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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