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명 하준이법으로 불리는 주차장법 개정안이 시행된 지 4년이 다 돼가지만, 울산 곳곳의 경사진 주차장과 이면도로에서는 여전히 고임목 시설 등이 설치되지 않고 있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이에 제조사가 차량 판매 시 고임목을 제공하거나 지자체가 경사지 주차장에 고임목을 비치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1일 무거동 일원의 경사로. 비탈진 도로를 따라 차량 여러 대가 주차돼 있지만, 어떤 차량도 고임목 등을 사용하고 있지 않다. 심지어 조향장치를 도로의 가장자리 방향으로 돌려놓지 않은 차들도 대다수다.
이런 현상은 남구뿐만 아니라 대부분 지자체에서 목격할 수 있다.
최모(50대·남구)씨는 “요즘은 사이드브레이크가 잘 나와서 그냥 주차해도 된다”며 “경사로 주차를 위해 누가 트렁크에 벽돌이나 나무토막 같은 고임목을 싣고 다니겠냐”고 말했다.
이와 관련, 경찰 등 전문가들은 사이드 브레이크만으로는 결코 안심할 수 없다며 “단 1%의 사고 위험을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고임목, 조향장치 방향 설정 등 추가 안전 조치를 반드시 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에 완성차 제조사가 차량을 출고할 때 삼각대 등과 함께 경량 고임목을 제공해야 한다는 조언이 제기된다. 또 경사로에 설치된 공영주차장이나 거주자우선주차구역에도 고임목을 비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지자체에서는 분실 우려 등으로 경사지 주차장에 고임목을 비치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실제 법안 시행 초기 타 지역 지자체에서 고임목함 등을 설치했지만 고임목이 전부 분실되는 사례가 잇따랐다.
울산의 한 지자체 관계자는 “행정적으로는 홍보와 함께 무료 배포를 전제로 고임목을 제작·비치하는 방법밖에 없다”며 “가장 좋은 방법은 제조사 차원에서 안전 삼각대처럼 차량 고임목을 제공하는 것이다”고 밝혔다.
한편 하준이법은 지난 2017년 10월 경기도 과천의 한 놀이공원 주차장에서 경사로에 세워둔 차가 미끄러져, 사고로 숨진 최하준군의 이름을 딴 ‘주차장법개정안’과 ‘도로교통법개정안’을 말한다.
지난 2020년 시행된 하준이법은 경사진 곳에서 차량이 미끄러지는 것을 방지하는 조치 의무가 골자다. 주차장을 설치하려는 자는 고임목 등 주차된 차량이 미끄러지는 것을 방지하는 시설과 미끄럼 주의 안내표지를 갖춰야 하며, 운전자는 고임목을 설치하거나 조향장치를 도로의 가장자리 방향으로 돌려놓는 등 미끄럼 사고를 방지하려는 조치를 해야 한다.
신동섭기자 shingiza@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