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곤의 살며 생각하며(50)]요양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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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곤의 살며 생각하며(50)]요양병원
  • 경상일보
  • 승인 2024.03.13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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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곤 칼럼니스트·철학박사

요즈음 주위 사람들과의 대화 속에서 자주 거론되는 단어가 요양병원이다. 사전적으로는 매우 긍정적인 의미를 포함하고 있는 명칭이다. 휴양하면서 치료하는 병원이 요양병원이다. 그러나 그 단어가 구체적인 사람과 연결되면 사전적인 의미를 넘어선다. 특히 나이 든 사람이 요양병원에 갔다는 소식은 병 치료와 같은 일상적인 일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가족이나 친지가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에 있다는 소식은 듣는 사람의 마음을 무겁게 한다. 당사자와 가족이 겪어야 하는 과정을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이러한 일이 자신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기도 하다.

현대인의 삶에서 요양병원은 누구나 거쳐야 하는 장소가 되어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요양병원을 거치지 않고 가족들 속에서 생의 마지막을 보내는 일이 적은 복이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다.

나이가 들면 누구나 자기의 마지막 모습을 염려한다. 다복하고 편안하지는 못하더라도 그리 험하지 않기를 바란다. 재산이 많거나 세속의 영예를 가진 사람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평생을 정진하면서 살아온 종교인들도 이러한 걱정에서 벗어나기는 힘들다. 사람들이 존경하는 어느 종교 지도자가 평생 쌓아온 자신의 믿음이 삶의 마지막 과정에서 흐려지지나 않을까 염려하는 것을 보았다. 죽음이 더 높은 차원의 어딘가로 도약하는 새로운 시작이라고 생각하더라도 그 과정은 여전히 힘들고 두려운 것이라는 말이다.

요양병원은 도심에도 있고 산속에도 있다. 휴양과 치료를 목적으로 하려면 한적한 산속이 더 효율적일 것이다. 그러나 도심이나 도심 외곽의 요양병원도 빠르게 늘어나는 것이 현실이다. 고령화 시대가 요구하는 수요에 빠르게 대처하는 새로운 성격의 병원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적한 산속보다 편리한 장소를 선호하는 가족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디에서도 육신이 소멸해 가는 과정을 공유하고 진심으로 함께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은 마찬가지다. 낯선 사람들 속에서 생을 마쳐야 한다는 뜻이다.

요양병원은 요양이 필요한 사람을 위해서 존재하는 병원이다. 더불어 당사자의 가족들을 위해서 필요한 병원이기도 하다. 몸과 마음이 불편한 부모나 형제를 대신 돌보아주기도 하지만 환자를 가족들로부터 격리하는 역할도 하게 된다. 부모님의 마지막 과정을 끝까지 공유해야 한다는 의무감은 누구나 가지고 있다. 그러나 자신의 일상을 포기하고 오직 병간호에 매달린다는 것은 사실상 어려운 일이다. 그래도 도덕적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벗어날 수는 없다. 이러한 불편한 정서를 얼마간이라도 해소해 주는 곳이 바로 요양병원이다. 의사와 간호사가 있는 병원이라는 안도감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불편하지만 받아들여야 하는 진실이다.

쇠약한 몸과 희미한 정신으로 작은 공간 속에서 지내면 어떤 느낌이 들까. 감옥이 된 육신으로부터 떠나지도 못하고, 병원 문을 걸어서 나가 가족들과 온전한 삶을 다시 살아가도록 허락되지도 않는 상태를 어떤 감정과 정서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요양원 봉사활동을 할 때마다 드는 의문이었다. 세상의 짐을 모두 내려놓은 편안함일지, 암흑 속에 있는 것과 같은 끝없는 두려움일지 짐작할 길은 없다.

그러나 병원 밖의 사람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우리도 과거에는 당신과 같았고, 머지않아 당신들 중 많은 사람도 우리처럼 될 것이다.’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진실이다.

종교에서는 삶이 한순간의 꿈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더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 평범한 사람들의 염원이다. 그 바람 속에는 삶이 끝나는 과정도 포함되어 있음이 분명하다.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에서의 시간도 품위 있는 삶의 영역에 포함될 수 있을까. 도심의 요양병원을 지나치면서 자주 드는 생각이다.

김상곤 칼럼니스트·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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