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CEO포럼]유명무실한 ‘의료전달체계’ 개편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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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CEO포럼]유명무실한 ‘의료전달체계’ 개편해야
  • 경상일보
  • 승인 2024.03.14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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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성민 율제요양병원 대표원장 본보 차세대CEO아카데미3기

정부와 의료계 간의 대치가 이어지면서 의료정책, 의료 환경 등에 관한 내용이 쟁점이 되고 있다. 이번 상황을 계기로 이제껏 필자가 칼럼을 통해 이야기해 왔었던 우리나라의 의료시스템의 한계를 조금이나마 극복해 나갈 수 있기를 희망하며, 눈앞에 직면해 있는 상황의 근본적인 이해를 위해 현재 우리나라의 의료시스템에 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의료시스템은 영국과 같이 공적인 성격을 띠면서 무상의료를 제공하는 나라부터 의료민영화를 도입한 미국까지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의료 공급은 민영화, 의료보험은 공영화되어있는 환경으로 양쪽의 장점을 모두 취하고 있고, 전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시스템으로 자부할 수 있었다. 미국의 경우에는 양질의 의료를 제공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비싼 의료비라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양질의 의료와 값싸고 빠른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균형 잡힌 시스템도 점점 높아져만 가는 환자의 수요와 상승하는 물가를 반영하지 못한 제한된 의료수가로 인해 균형이 조금씩 무너지고 있다. 응급실 뺑뺑이, 소아과 오픈런 등과 같은 신조어까지 생겨나며 전문 과목 쏠림현상 등 문제가 생기고 있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잘 유지되고 있는 정책, 시스템 중 우리나라에서 사실상 폐지돼 버린 정책이 있다. 바로 ‘의료전달체계’다. 다른 나라의 장단점이 뚜렷한 시스템 속에서도 의료전달체계만큼은 잘 유지되고 있다. 1989년 전 국민 의료보험과 함께 실시됐지만 1998년 권역 진료 의료제도가 폐지된 이후 기능을 잃었다. 종합병원에 환자가 집중되는 것을 막고 초기에 병의원을 반드시 거쳐 가도록 만든 제도이지만, 현재 의사가 중증의 환자를 가려내기보다는 환자가 본인의 선택으로 소견서를 요청해 종합병원으로 진료를 받으러 가는 일이 허다하다.

의료전달체계에서 의료는 1차, 2차, 3차로 구별된다. 1차 의료 전문기관을 의원이라고 하며, 29병상 이하를 갖추면서 주민들이 의료서비스를 처음 접촉하는 곳이다. 2차 의료는 병원과 종합병원이 있으며 30병상 이상을 갖추고 일반적인 외래 진료보다 입원진료 이상이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 공급되는 의료기관이다. 이 중 종합병원은 100병상 이상의 기관으로, 병상별로 진료과목 구성요건이 다르다. 3차 의료는 상급종합병원으로 의과대학 부속병원 또는 종합병원 중, 보건복지부에서 3년마다 여러 항목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지정한다.

유명무실한 의료전달체계가 기능을 못 한다면 앞으로 종합병원, 특히 수도권의 종합병원으로 환자들은 더욱 몰리게 될 것이고, 국민은 수요에 비해 의료의 공급이 부족하다고 느낄 것이다. 정확하게는 ‘수도권 종합병원의 의료진’에 대해 부족을 느낄 것이다. 마음 먹기만 하면 환자의 요구에 따라 병원을 골라갈 수 있기에 병원 쇼핑 현상도 심해질 것이고, 이에 따라 지방보다 서울로 수요와 공급이 더욱 집중될 것이다.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은 점점 심해질 것이며, 결국에는 우리들이 원하고 필요한 의료서비스들은 점점 사라질 것이다.

의대 정원 확대, 의료수가 개편, 공공의료 확대 등 중요한 문제점들은 결국 진행 과정에서 많은 기관과 전문가, 실제 실행 환경에 의해 결국은 바뀌고 개선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지금 우리가 제대로 된 인식을 가지는 것이다. 2019년 OECD 통계를 보면 15세 이상 인구 중에서 ‘본인이 건강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비율은 한국(29.5%)이 OECD 가입국에서 가장 낮았다. 국민 1인당 의사 외래 진료 횟수 또한 16.6회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았다. 단편적인 통계이지만, 객관적으로 질환 발생률이 다른 나라보다 특별히 나쁘지 않고 오히려 좋은 환경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요가 압도적으로 높은 것을 볼 수 있다.

지금 주요 쟁점이 되는 여러 집단 간의 대치되는 의견은 ‘공급’의 문제다. 잘 해결되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이 주제를 지나고 나면, 기다리고 있는 것은 ‘수요’의 문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내가 피해자가 되었고, 남이 얼른 해결하기를 기다릴 것이 아니라, 우리가 자신의 역할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야 할 주제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이성민 율제요양병원 대표원장 본보 차세대CEO아카데미3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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