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중장년 구인·구직 풍요 속의 빈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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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중장년 구인·구직 풍요 속의 빈곤
  • 경상일보
  • 승인 2024.03.15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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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철준 울산경제일자리진흥원 원장

얼마 전 울산중소기업협회를 방문한 적이 있다. 기업 사정을 묻는 필자에게 대뜸 “요즘 조선업 관련 일감으로 일자리는 있는데 일할 사람이 없다”라며 구인난에 대한 안타까움을 털어놓았다.

그렇다. 매년 중소기업들은 청년층의 신규 인력을 선발해 업무에 활용하고 싶어 하지만, 청년층 인구 감소와 중소기업의 현장직 업무 회피에 따른 중소기업의 구인난은 계속 깊이를 더해가고 있다. 이러니 자구책으로라도 외국인 노동자를 적극 활용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청년 인구의 감소와 일자리 회피는 퇴직인력에 따른 양질의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중소기업에게 현장의 문제로 다가왔고, 매번 이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해결책은 그리 쉽게 보이지 않는다.

울산은 최근 10년간 전국 17개 광역시·도 가운데 가장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도시로, 특히 중장년의 인구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2023년 기준 울산 전체의 경제활동참가율은 61.9%이나 50~59세는 76.7%로 이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60세 이상의 경제활동참가율은 2015년 37.6%, 2019년 38.7%, 2023년 42.4%로 계속 증가하는 등 중장년 이상 계층에서의 경제활동참가율은 꾸준히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는 울산의 중장년(40~64세) 인구가 약 48만명, 신중년(50~69세) 인구는 약 38만명에 이르고, 게다가 주된 일자리 중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전국평균은 약 12%인데 비해 울산은 약 45%에 이르고 있는 등 숙련된 경험과 기술력을 지닌 이른바 ‘중장년 도시’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렇듯 중소기업 운영의 가장 큰 애로사항인 인력수급 문제와 관련해, 매년 늘어나는 중장년층의 노동력을 활용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현재의 중장년은 이전의 중장년에 비해 높은 학력과 전문적 경력을 보유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중소기업에서 필요한 전문성을 상호 호환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더구나, 중장년층의 계속 근로 희망 근무형태가 과거에는 전일제 근무형태였으나 현재는 시간제 일자리를 희망하는 비중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계속 일함을 희망하는 중장년을 유형별로 분류해 전일제 근무를 하고 싶은 층, 탄력적 시간을 활용하고 싶은 층, 경력단절을 경험하고 있는 여성층 등 다양한 유형의 구직자들을 전문적으로 매칭할 수 있는 중장년 일자리 허브를 구축해 일자리를 연계하는 다양한 방안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중장년의 새로운 일자리 창출 역시, 지역 중장년 맞춤형 교육훈련을 개발하고 중장년 재취업 교육훈련을 개선해 새로운 일자리 정착을 도울 수 있지만, 시간과 비용 측면에서 어려움이 공존하고 있다. 단기 전직 교육의 경우 일자리의 질이 높을 수 없고, 장기 교육의 경우 중장년층의 참여가 어려운 실정이다. 물론, 다양한 중장년 일자리사업이 현재 진행되고 있다. 중앙부처와 울산시의 정책으로는 신중년 사회공헌사업과 경력형 일자리사업, 중장년 활력UP 일자리 지원사업, 신규취업지원사업, 고령자 계속장려금사업, 전직지원 직업교육훈련 등의 사업이 있다.

재교육을 통한 새로운 일자리 경로를 찾을 수 있겠지만, 병행하여 중장년층의 전문지식과 현장 경험을 활용한 일자리 찾기 방법 또한 효율적일 수가 있다.

이러한 구직자들의 욕구가 있고 기업 현장에서의 구인자 수요가 있으니 전문적인 연계를 통한 구인난과 구직난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연결고리를 만들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발휘할 수도 있을 것이다.

국내 기업유형으로 99%를 차지하고 있는 중소기업이 81%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는데, 정작 중소기업이 구인난을 심각하게 겪고 있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국가 경쟁력의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철준 울산경제일자리진흥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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