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규홍의 말하기와 듣기(7)]사과 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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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홍의 말하기와 듣기(7)]사과 말하기
  • 경상일보
  • 승인 2024.03.15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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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규홍 경상국립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

우리는 평생 수없이 많은 잘못을 하면서 살아간다. 또 그때마다 사과하고 후회하고 상대로부터 용서받으며 더불어 살아간다.

사과 말하기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상대에게 자기의 잘못을 받아들이고 용서를 바람으로써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은 마음이 깔려있다. 그리고 자신의 잘못을 통해 피해 본 상대가 자신에게 요구하는 보상을 최대한 줄이려는 의도적 화법이다. 그리고 사과(謝過) 말하기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따라서 잘못을 인정하는 순간 그 잘못에 대한 책임이 뒤따르게 되며 또 자신의 체면과 자존감에 상처를 준다. 그래서 사과말을 쉽게 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우리말에 사과 말하기는 사과할 내용과 상대와 어떤 관계인가에 따라 매우 다양하다. 우리말에서 사과표현은 대부분 한자어다. ‘사과(謝過)하다’ ‘사죄(謝罪)하다‘ ‘죄송(罪悚)하다’ ‘미안(未安)하다‘ ‘송구(悚懼)하다’ ‘유감(有憾)이다’ ‘사의(謝意)’ 등이 있다.

‘사과와 사죄, 죄송’은 직접적인 사과 말하기에 속한다. 이 중 ‘사과하다’는 잘못(過)을 인정하는 직접적인 말로 매우 넓게 쓰며 ‘사죄’는 자기의 잘못이 죄(罪)스러울 정도로 무거울 때 쓰는 말이다. ‘사죄’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일반적으로 쓰지 않는다. ‘사과’와 ‘사죄’는 ‘하다’를 붙일 수도 있지만 ‘드리다’라는 말을 붙여서 주로 손위나 격식적이고 정중하게 사과할 때 쓰는 말이다.

그리고 ‘죄송하다’는 ‘사과하다’와 비슷하지만 주로 입말(구어)에 쓴다. 또 다른 사과말로 ‘미안하다, 송구하다’가 있다. 이 말은 잘못에 대한 자신의 마음 상태를 말하는 간접적인 사과 표현이다. ‘미안하다’는 입말과 비격식적으로 두루 쓰는 말이고 ‘송구하다’는 ‘두렵다’는 뜻으로 입말보다 글말에 주로 쓰는 말이다. ‘송구하다’는 주로 손위 사람에게 공손체로 쓰는데 직접적인 사과의 말은 아니다. 그리고 ‘유감’이라는 말이 있다. 동사 ‘유감하다’보다 ‘유감이다’, ‘유감스럽다’로 쓰인다. 이 말은 형식적이고 의례적인 사과 표현이다. 글자 뜻이 상대의 말이나 태도에 대해 섭섭한 마음이 있다는 들을이가 쓰는 말이다. 따라서 상대에게 쓰는 직접적인 사과말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사의’라는 말도 있는데 이 말도 ‘유감’처럼 불분명한 어름한 사과말로 형식적이고 억지로 하는 사과말이다.

우리말의 사과말에는 가장 분명하고 직접적인 표현으로 ‘잘못하다’가 있다. 그리고 간접적인 표현으로 ‘안타깝다, 서운하다, 아쉽다, 두렵다’ 등이 있는데 이 모두 말할이의 마음 상태를 말하는 것으로, 넓은 의미에서 사과말이라 할 수 있을지 모르나 상대에게 용서를 바라는 진정한 사과말이라 할 수 없다.

자기의 작은 잘못에도 ‘미안합니다’란 말을 먼저 하는 것은 겸손이고 상대에 대한 배려다. 우리 모두 ‘미안합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라는 말을 많이 하면서 더불어 잘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임규홍 경상국립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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