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울산 상징 이예 선생 홍보관, 이렇게 방치해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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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울산 상징 이예 선생 홍보관, 이렇게 방치해서야
  • 경상일보
  • 승인 2024.03.18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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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1373~1445) 선생은 조선 전기의 외교관으로 40여 차례에 걸쳐 일본에 통신사로 파견돼 667명의 조선 포로들을 찾아오고 계해약조를 체결한 인물이다. 그는 28세부터 71세까지 무려 44년 동안 왕의 사절로 일본을 오갔다. 고려시대 때에 서희 장군이 있었다면, 조선시대 때에는 이예가 있었다고 할만큼 그는 뛰어난 외교술을 갖고 있었다. 외교부는 그를 ‘2010년 우리 외교를 빛낸 인물’로 선정한데 이어 2015년 3월25일에는 이예 선생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국립외교원에 동상을 설치했다. 울산시는 울산을 남북으로 관통하는 ‘이예로’를 개설했다.

그런데 정작 이예 선생을 기리는 홍보관은 어디에 있는지조차 알 수 없을 정도로 꽁꽁 숨어 있다. ‘충숙공 이예 선생 홍보관’이라는 현판을 물어물어 찾아가보면 주택가 골목 안 깊숙한 곳에 자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더구나 이 홍보관은 문화재자료 제1호인 ‘이휴정’ 바로 옆에 있는 용연서원(울산 남구 신정동 1412-10) 내에 위치해 있다. 홍보관이 지어진지 10년이 지났는데도 홍보관을 찾는 이는 10~20명에 그치고 있다. 이마저도 근처를 산책하다 우연히 방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울산시민들은 이예 선생은 잘 몰라도 ‘이예로’는 다 안다. 이예로는 착공 13년만에 지난해 10월 개통된 도로로, 울산에서 가장 중요한 도로의 하나다. 이예로는 이예 선생이 조선 통신사로 일본을 오갈 때 다녔던 행로를 따라 엇비슷하게 개설된 도로로 교통축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렇지만 대부분 시민들은 이예로를 이용하면서 이예 선생을 떠올리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인물과 도로가 따로 놀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홍보가 제대로 안되고 있다는 것이다.

취재팀이 홍보관을 찾아갔을 때 문은 잠겨 있었다. 어렵게 홍보관 내부를 둘러봤는데 자료들이 너무나 빈약했다. 이예로는 정말 번듯한데 이예 선생의 홍보관은 초라하기 그지 없다는 것이 관광객들의 한결같은 반응이었다. 더욱이 방문객이 홍보관을 찾더라도 바로 들어갈 수 없고 학성이씨 월진문회를 통해서야 들어갈 수 있었다. 홍보 측면에서는 크나 큰 취약점이다.

이예 선생 홍보관은 이제 모든 시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으로 옮기고 자료도 대폭 보완해야 한다. 할 수만 있다면 홍보관을 이예 기념관으로 승격해 시민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주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울산시의 전폭적인 지원도 있어야 한다. 이예로와 이예 선생이 따로 놀지 않도록 이예로 근처에 부지를 마련하는 것도 생각해봄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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