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 시각]진정한 문화도시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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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 시각]진정한 문화도시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 차형석 기자
  • 승인 2024.03.18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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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형석 사회문화부 부장대우

필자가 중·고등학교를 다녔던 1980~1990년대 울산에는 문화예술 활동을 위한 변변한 공연·전시시설이 없었다. 문화시설이라고 해봐야 중구 성남동에 모여 있던 천도극장, 태화극장, 시민극장, 울산극장 등 영화극장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당시 ‘시내(성남동)에 친구들과 영화 보러 가는 것’은 학창시절 큰 즐거움이자 그 시절 울산에서의 사실상 유일한 문화활동이었다.

연극, 뮤지컬, 클래식 공연, 미술작품 전시회 등을 관람한다는 것은 꿈도 못 꿨던, 울산과는 거리가 먼 얘기였다. 그러다 1993년 고교 3학년 때 KBS울산방송국 공개홀에서 뮤지컬 ‘캣츠’를 공연한다는 소식에 모은 용돈으로 어렵게 표를 구해 보러 갔던 게 영화 관람을 제외한 첫 ‘문화활동’이었다. 당시 뮤지컬이라는 단어 조차 생소했던 필자에게 대규모 스케일의 화려한 춤과 음악, 환상적인 무대는 큰 문화적 충격이었고, 그 여운은 오래 남았다.

그러다 1995년에 울산문화예술회관이 개관하고 이후 울산이 광역시로 승격되고 나서부터 울산에는 공연장과 전시공간 등 문화기반시설이 하나 둘 갖춰지기 시작했다. 현대예술관, 울주문예회관, 북구문예회관, 중구문화의전당, 장생포문화창고 등 구·군별로 공연과 전시를 할 수 있는 시설은 최소 1곳 이상 들어서 있다. 2022년 1월에는 지역의 숙원이었던 울산시립미술관도 문을 열었다.

이제 울산시민 누구나 어디서든 손 쉽게 문화활동을 즐길 수 있다. 20~30년 전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다. 울산하면 떠오르는 ‘문화불모지’라는 단어도 이제는 맞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아직 갈길이 먼 것 또한 사실이다. 2021년 기준 인구 10만명당 문화기반시설 수를 보면 울산은 3.9개로 전국 17개 시·도 중 꼴찌다. 공연시장 티켓 판매액도 전국 최하위권이다. 지난해 울산의 공연시장은 303건에 티켓 판매액은 총 72억여원으로, 2022년 대비 소폭 늘었으나 전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에 불과했다. 서울(8644억여원)과 비교하면 100분의 1도 안되는 수준이며, 광주(164억여원), 대전(225억여원)과 비교했을때도 크게 낮았다.

시설 즉 하드웨어는 확충됐으나 공연·전시 프로그램의 다양성 부족, 타 지역에 비해 열악한 극단과 예술인력 등 소프트웨어가 못 따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과거부터 지역에 뿌리내려온 ‘공짜표’ 관행도 한 몫 하고 있다.

울산은 2022년에 광역지자체 중 최초로 ‘법정문화도시’로 선정됐다. 이후 수십억원을 투입해 ‘문화도시 울산 조성 사업’을 추진했으나, 현재까지 시민들이 체감하고 크게 와 닿는 게 없다는 게 일반적 시각이다.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과 문예기관·문화예술인들의 끊임없는 노력, 또 여기에 기업체 및 울산시민들의 인식 개선 등이 함께 이뤄져 시너지 효과를 거둘 때 비로소 울산이 진정한 문화도시로 나아가기 위한 첫 단추를 꿰는 시발점이 아닐까.

차형석 사회문화부 부장대우 stevech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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