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강]총선 관전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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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화강]총선 관전하기
  • 경상일보
  • 승인 2024.03.18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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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기준 변호사·제55대 부산지방검찰청 검사장

시민의 입장에서 한달도 채 남지 않은 제22대 총선을 바라본다. 정당 공천이 거의 마무리되었다. 여당인 국민의 힘의 보수적인 공천에 반해 민주당은 탈당 사태가 보여주는 것처럼 사천 내지 사당화 공천을 했다는 비판이 있다. 여당의 공천에 대해 현역 물갈이의 감동이 없다는 평가도 있다. 정당이 출마 후보를 공식적으로 추천하는 일은 시스템에 따르는 것이 정도다. 공천 받으면 당선이 보장되는 소위 텃밭에서 경선을 하지 않거나 객관적인 시스템 공천을 하지 않는 것은 민주적인 정당 정치에 반한다.

무소속 출마는 가시밭길이다. 현역임에도 정당 공천에서 배제되어 무소속 출마해 당선되는 경우도 있지만 인물 경쟁력이 탁월할 때나 가능한 일이다. 양당제로 굳어진 우리의 정치 현실에서 사표 방지 심리가 작용하기 때문에 무소속이나 제3당 후보가 지역구에서 당선되기는 어렵다. 결국 정당 소속의 많은 후보자들은 개인적 능력보다 정당 조직의 힘으로 당선되는 셈이다. 본인이 잘나서가 아니라는 뜻이다. 정당에서 공천받는 것이 결정적이다.

과거 당을 옮겨 다니는 출마자들을 철새정치인이라고 비하했지만 요즈음에는 전국적(?) 인물을 본래 활동해 온 지역구와 무관한 소위 험지라는 곳에 전략 공천하는 경우 그렇게 부르기도 한다. 상대 후보를 타격하기 위한 일종의 자객공천이다. 심지어 후보간에 자리바꾸기도 한다. 지명도 높고 중량감 있는 인물이니 뽑아달라는 것인데 유권자들은 지지하는 정당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 인물을 선택하지만 무시당하는 느낌을 받는다.

현실 정치 특히 선거에서는 권력 의지가 강하게 충돌한다. 네거티브 선거운동은 말할 필요도 없고 진영간의 다툼이 격해지면 총칼을 들지 않은 전쟁터가 된다. 선거에서는 당선이 전부라고 할 수 있고 2등은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선거가 민주주의의 꽃이고 투표를 축제의 장이라고 하지만 교언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당락을 둘러싸고 4년간의 운명이 갈리는 생사를 건 싸움에서 축제라는 단어는 한가롭게 들린다.

현재 운동권 청산론과 정권 심판론이 격돌하고 있다. 여대야소로 바뀔지 아니면 여소야대가 유지될 것인지, 어느 당이 어느 정도 의석으로 제1당이 될 것인지 등이 주요 관심사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인해 지난번 총선처럼 여야는 노골적으로 비례 의석을 얻기 위한 위성 정당을 만들었다. 위성 정당이라는 꼼수가 가능한 선거법이 바뀌지 않은 채 국회의원 선거가 치러지는 것은 유감이다. 제3지대 정당들의 비례 의석 성적도 역시 관심사다.

선거는 구도와 정책, 바람에 따라 승부가 갈린다고 한다. 정책보다 구도와 바람이 더 중요하다. 대세의 흐름이 어느 방향인지, 선거 운동과정에서 요동치는 여론의 향배에 따라 승패가 갈라진다. 정책 선거가 되어야 하고, 인물 본위의 투표가 바람직함에도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선거를 통해 함량 미달이거나 대의기구의 공적 지위에 맞지 않는 정치인들이 걸러져야 함에도 연동형 비례제는 문제의 인물들이 제도에 편승해 당선될 수 있도록 만들 수 있다. 유권자들의 각성이 필요하다.

갈등을 대화나 타협 그리고 조정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민주정치다. 현실에서는 극단적 팬덤 정치, 기득권 유지의 패거리 정치, 상대에 대한 혐오 정치가 횡행한다. 선거는 대의정치를 실현하는 도구다. 선거를 통해 주권자인 국민은 대표자를 선출해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한다. 선거 결과가 공동체를 안정되게 하고 국민의 행복에 이바지할 수 있어야 한다. ‘정치를 외면한 대가는 자기보다 못한 자들에 의해 통치당하는 것’이라는 철학자 플라톤의 말처럼 선거의 순기능을 위해 투표 참여는 중요하다. 염증을 느껴 정치를 외면하는 무당층도 있지만 정치적 무관심으로 투표율이 낮다면 유권자의 뜻이 왜곡되어 다수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박기준 변호사·제55대 부산지방검찰청 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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