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구 양정동 산 1004 일원. 최근 조성되는 주택단지들과 다르게, 여유 공간 없이 산비탈과 주택·원룸벽이 맞닿아 있다. 산비탈 일부는 토사가 유실돼 있고, 나무들이 뿌리째 뽑혀 다른 나무들에 걸쳐 있다. 일부 나무는 부러진 채 산비탈 아래로 쓰러져 있다. 또 나무들이 길게 뻗어나와 주택 지붕을 가리기도 한다.
17일 북구에 따르면 산사태 우려 지역인 양정동 산 1004 일원은 구청 소유 토지다. 소3231 소방도로 개설 사업에 포함돼 있다.
소방도로 개설 사업은 양정초등학교에서 양정생활체육공원 사이 구간의 산을 깎아 도로를 개설하는 사업이다. 총 사업비 47억원이 투입돼 2025년 완공을 목표로 지난 2019년 12월부터 추진됐다.
하지만 기본·실시설계에 이어 지난 2020년 9월 편입 토지 및 지장물 보상에 착수했지만, 아직까지 토지 보상을 완료하지 못한 상태다.
북구는 산사태 우려 지역에 대해서는 사방 공사를 실시하지만 해당 부지가 소방도로 개설 사업에 포함돼 있기에 사방 공사를 할 경우 예산 낭비가 될 수 있어,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일부 토지는 사유지이기에 소유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문제도 있다고 덧붙였다.
70대 주민 A씨는 “10년 전에도 산사태가 일어나 주택 한 채가 폐가로 방치되고, 한 채는 헐고 새로 지었다”며 “소방도로 개설을 서두르던지 아니면 산사태 방지 작업이라도 해야 한다. 언제까지 여름만 되면 산사태 걱정을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북구청 관계자는 “양정동 주거지의 경우 근래 조성되는 주거지와 다르게 산과 맞닿아 조성돼 있다. 해당 부지가 소방도로 개설 사업에 포함돼 있어, 도로 개설 일정을 고려해 사방 작업에 대한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며 “하지만 사방 작업을 위해선 소유자의 동의가 필요한데, 관련 동의를 받는 동안 도로 개설이 급진전될 수 있어 무작정 예산을 투입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한편 도로가 개설될 구간 중 양정초등학교 일원은 지난해 폭우로 인해 인접 야산에서 쏟아진 토사 유입 피해를 입기도 했다. 북구는 인명 사고를 방지하기 긴급 사방작업을 실시했지만, 일부 지역은 아직도 소유권 동의 문제로 공사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신동섭기자 shingiza@ksilbo.co.kr
저작권자 © 울산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