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동산 공시가격의 시세 반영률을 2035년 90%까지 끌어올리는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을 폐기하겠다고 선언했다. 최근 집값 하락에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국민들에겐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 폐기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최근 집값이 크게 떨어졌는데도, 공시가격은 찔끔 하락해 국민들의 불만이 팽배한 터였다.
아직 부동산 공시제도의 토대가 되는 ‘부동산공시법’ 개정이 필요해 시행 시기는 예단하기 어렵다. 그렇지만, 공시지가 현실화 계획 폐기시 그 혜택은 국민들에게 고루 돌아가게 해야 한다는 게 중요하다. 현재 부동산 시장은 집 값이 오르는 수도권과 달리 지방은 인구감소, 집값 하락 등으로 사실상 붕괴 상태에 직면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 폐기는 자칫 수도권과 고가의 부동산을 보유한 그들만의 ‘부자감세’로 비칠수도 있다. 따라서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 폐기 이후 지역별·유형별·가격대별로 공시지가를 균형있게 반영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정부는 19일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을 폐기하겠다고 발표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과거 정부가 부동산 정책 실패로 집값이 오르자 이를 징벌적 과세로 수습하려 한 정책 탓에 국민의 고통만 커졌다”면서 “공시 가격을 매년 인위적으로 상승시키는 소위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을 폐기하겠다”고 했다.
때맞춰 국토부는 이날 올해 공동주택(아파트·다세대·연립주택) 공시가격을 발표했다. 이 자료를 보면 수도권과 지방간 양극화 현상이 얼마나 심각한지, 또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 폐기 방침의 최대 수혜자가 누군지 쉽사리 유추해 볼 수 있다. 올해 전국 공시가격은 작년 보다 평균 1.52% 상승했다. 그러나 수도권(서울, 경기, 인천)과 준수도권(세종, 대전) 중심으로 상승했을 뿐이다. 대구, 광주, 부산, 전북, 전남 등 비수도권 지역 대부분 공시가격이 하락했다.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은 울산의 공동주택 공시가격도 0.78% 하락했다. 집값 하락 폭과 견줘보면 개미 오줌만큼의 공시지가 하락이라 할 수 있다.
정부의 방침이 내년 공시지가에 반영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았다. 무엇보다 4·10 국회의원 총선거 이후 정치 지형도 변화가 가장 큰 변수가 될 수 있다. 공시지가 현실화 산정 작업에 형평성과 균형의 옷을 입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총선을 앞둔 ‘부자감세’ 정책이라는 논란을 불식시키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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