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한 그루의 사과나무, 그리고 잊어버린 참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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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한 그루의 사과나무, 그리고 잊어버린 참새
  • 경상일보
  • 승인 2024.03.21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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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은혜 한국지역사회맞춤교육협회장

최근 물가 상승률이 2%대로 안정세를 보이면서 금리 인하 가능성이 보인다는 기사가 종종 눈에 띄었는데 다시 3%대로 뛰었다고 한다. 기준금리 인하에 찬물을 끼얹은 주인공 중의 하나가 고공행진 중인 장바구니 속 과일값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국민 과일 가운데 하나인 사과값 이야기가 경제뉴스를 도배하다시피 하는 요즘, 2년 전 꽃사과 꽃에 매료되어 집 화단에 심어 놓고 하루에도 몇 번씩 들여다보며 짧은 개화시기를 안타까워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다시금 사과꽃을 볼 수 있는 계절이 돌아왔지만 올해는 봄의 사과꽃보다 가을의 열매 수가 더 궁금해 지는 건 아침에 먹는 사과만이 아니라 모든 사과가 정말 ‘金사과’가 되어버린 애그플레이션 현상 때문인 듯하다.

애그플레이션이란 농업을 뜻하는 영어 ‘애그리컬처(agriculture)’와 ‘인플레이션(inflation)’을 합성한 신조어로, 곡물가격이 상승하면 덩달아 일반 물가가 상승하는 현상을 뜻한다.

몇해 전 처음 샤인머스켓이 등장했을 때의 일이다. 마트에 함께 간 아이들에게 먹고 싶은 과일을 고르라고 하면 예외 없이 샤인머스켓을 집어들었다. 유독 비쌌던 샤인머스켓을 집어 드는 아이들에게 “아침에 먹는 사과가 금사과래~”라며 샤인머스켓 대신 양 많고 저렴한 사과를 사와 깎아도 먹고, 갈아도 먹었다.

가성비 최고의 국민 과일, 요리 좀 한다는 주부들에겐 음식 조리에도 활용하는 부담 없는 식재료였던 사과가 요즘은 그 어떤 과일보다 비싼 과일이 되어 주부들의 손길을 망설이게 만든다. 과일계의 ‘넘사벽’이 된 것이다.

특히 안타까운 건 우리나라 사과의 맛은 세계인들조차 인정하지만 2090년이 되면 우리나라에서는 재배 가능지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기존 작물 재배 한계선이 북쪽으로 올라가면서 남부지방부터 망고, 파인애플, 바나나 등 열대작물이 상륙하고 있고, 이상기후로 수확량까지 줄어 옥수수와 감자가 주력이었던 강원도 농가들도 이제는 사과가 주력 품종이 되었다는 보도가 심심찮게 나오기도 한다.

예술이나 이야기의 소재였던 사과가 경제, 정치기사의 소재가 되어버린 지금 ‘손쉽게 사서 먹던 사과가 어째 이리 비싸졌나’하고 한탄하기보다 대자연 앞에 인간은 한없이 미비하고 연약한 존재임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문명의 발달로 환경이 변화하는 현대사회에서 자연재해 앞에 아무런 힘이 없는 나약한 존재임은 잠시 내려두고, 새로운 창조적 생산활동을 해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나 건강할 수 있다는 마음을 다잡아야 할 때이다.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명언 중 하나인 ‘내일 지구가 멸망할지라도 나는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네델란드의 철학자 바뤼흐 스피노자 Baruch Spinoza1632~1677)는 사실 사과나무 말고 다른 단어를 넣어도 충분히 통하는 명문장으로, 사과나무는 오늘 심는다고 내일 바로 열매가 열리는 것이 아니기에 더욱 그렇다.

인류뿐 아니라 지구촌 많은 것들이 위협받고 있는 현대사회, 내일 지구가 멸망할지도 안할지도 모르는 불확실한 시대를 사는 우리지만 언제나 내일을 열심히 준비하면서 살아야 삶이 풍요로울 수 있다. 특히나 급속한 환경 변화로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지금은 서로가 서로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도와줘야 할 때다.

매년 3월20일은 모하메드딜라와르(Mohammed Dilawar)가 설립한 인도 환경단체 네이처포에버소사이티(Nature Forever Society of lndla)가 프랑스 에코시스액션재단(co-sys Action Foundation of France) 및 세계 여러 단체와 함께 지난 2009년 제정한 ‘세계참새의 날(World Sparrow Day)’이다. 이날은 도시환경에 위협받고 있는 참새를 보호하기 위해 제정했다.

한창 사회적인 관심이 높아지는 사과나무도 사과나무지만, 같은 생태계에서 참새는 지금까지 한번도 사회적인 이목을 끌어본 적이 없다. 오는 24일까지 참새 탐조버스를 운행한다고 하니 이번 기회에 사과나무와 함께 참새에 대한 관심도 가져볼 만하다.

정은혜 한국지역사회맞춤교육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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