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봄날, 복지사각지대에 희망의 손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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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봄날, 복지사각지대에 희망의 손길을
  • 경상일보
  • 승인 2024.03.27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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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훈 울산 남구의회 의장

올해만 벌써 2명이다. 울산 남구에서 가족, 친구도, 돌봐주는 사람도 없이 홀로 생을 마감한 사람들이다.

저출생, 고령화로 인한 인구절벽 앞에 무연고 사망자가 급격히 늘어나며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울산만 하더라도 무연고 사망자가 2021년 60명에서 지난해 131명으로 2년 사이 118% 늘었다. 구군별로는 중구가 16명에서 29명(81%), 동구가 4명에서 10명(150%), 울주군이 16명에서 27명(69%)으로 증가했다. 안타까운 점은 남구 무연고 사망자 증가폭이 울산 5개 구·군 중 가장 크다는 점이다. 남구는 2021년 18명에서 지난해 57명으로 무려 217%나 급증했다. 남구민이 매주 한명 꼴로 쓸쓸하게 세상을 떠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전국 평균이 50%, 울산 평균이 118%인 것을 감안하면 그냥 보고 흘려보내서는 안 될 일이다.

무연고 사망자란 거주지, 병원 등에서 숨졌지만 유가족이 없거나 시신 인수를 거부해 사망 지역의 지방자치단체가 시신을 처리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구청은 경찰, 병원, 장례업체 등을 통해 사망 소식이 전해지면 즉시 가족관계증명서 등을 통해 연고자를 파악해 시신인수 통보를 한다. 그리고 연고자에게 주어진 시간은 2주. 14일 동안 연고자가 시신인수를 거부하거나 의견 미제출시 무연고 사망자로 보고 공영장례를 치르게 된다. 공영장례는 화장, 봉안, 빈소운영, 인력 지원 등에 지자체 예산을 지원하는 것이다. 남구의회는 지난해 고인에 대한 예우와 사회적 책무를 다하기 위해 관련 조례를 제정한 바 있다. 이 같은 남구 무연고 사망자의 가파른 증가세는 기초생활수급자, 1인가구 급증, 빠른 고령화 속도와도 비례하는 모습이다. 남구 기초생활수급자의 경우 2014년 4150명(2949가구)에서 올해 1만1980명(9217가구)으로 189% 급증했다. 실제 무연고 사망자의 80% 이상이 기초생활수급자인 것으로 확인됐다. 또 남구의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은 10년새 7.2%에서 15.65%로 급증해 초고령 사회를 눈앞에 두고 있다. 남구가 무연고 사망, 고독사 예방을 위해 동별 맞춤형보건복지팀 운영은 물론 우리마을안부지기사업과 독거노인 맞춤형 돌봄, AI안부든든서비스 등 인적 자원에 스마트 기술까지 활용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복지 사각지대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보건복지부의 e하늘장사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전국 무연고 사망자가 감소한 곳은 17개 광역시도 세종시와 충북이 유일하다. 이중 남구보다 앞서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데다 2022년까지 무연고 사망자가 급증했던 충북은 어떤 연유로 감소세로 전환할 수 있었을까. 지난해 전국에서 첫 시행한 ‘의료비 후불제’가 눈에 띈다. 의료비 후불제는 의료비 부담 때문에 진료를 받지 못하거나 미루는 고령층과 취약계층에게 의료비를 빌려줘 제때 치료받게 하는 제도다. 충북은 치과 임플란트, 인공관절, 척추질환, 심·뇌혈관, 암, 호흡기 등의 질환 치료항목에 따라 1인당 최대한도 300만원을 무이자로 빌려주고 3년간 매월 분할 상환할 수 있도록 했다. 비용 부담 때문에 병원을 찾지 못했던 의료 취약계층에게는 단비 같은 제도인 셈이다. 1년간 수혜자 500여명 중 65세 이상이 절반, 나머지는 기초생활수급자·차상위계층, 장애인 등이다.

남구 무연고 사망자 대부분 기초생활수급자인데다 사망 원인은 ‘병사’다. 그리고 사실 무연고자의 절반 이상이 유가족이 있음에도 ‘가족관계 단절’로 인해 인수가 거부되면서 ‘무연고 사망자’로 분류되는 실정이다. 혼자 외롭게 지내다가 질병을 앓아도 몫돈이 없고, 부탁할 가족도 없는 사람들에게 ‘선결제 후진료’를 ‘선진료 후결제’로 바꾼 이 제도는 우리도 한번 눈여겨 볼만한 복지제도가 아닌가 싶다. 우리 주변에 힘겹게 병마와 싸우며 지쳐가는 이웃은 없는지 살펴보는 따뜻한 관심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이정훈 울산 남구의회 의장

※외부원고는 본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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