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축제 먹거리 바가지 상혼 근절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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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축제 먹거리 바가지 상혼 근절해야
  • 경상일보
  • 승인 2024.03.27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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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학 전 울산과학대 교수 관광경영학 박사

화사한 벚꽃의 계절이 돌아왔다. 전국뿐만 아니라 울산 각지에서도 벚꽃축제를 통해 상춘객을 맞이하고 있다. 우리는 벚꽃 명소를 찾아갈 때 ‘벚꽃여행’이나 ‘벚꽃관광’ 가자고 하지 않고, ‘벚꽃놀이’ 가자고 한다. 여행도 관광도 놀이인 셈이다.

놀이는 인간의 유희본능(遊戱本能)과 모방본능(模倣本能)에서 기원을 찾을 수 있다. 유희본능은 심신을 발달시키거나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스스로를 즐겁게 하는 동작이나 언어로 표현되는 인간의 기본적인 본능을 말하고, 모방본능은 다른 사람이나 동물의 행동에 자극받아 그와 유사한 행동을 하려는 인간의 본능을 말한다. 즉 인간이 지구상에 등장하면서 자연에서 먹이를 구하기 위해 수렵을 했고, 수렵을 하지 않는 시간에는 심신을 단련시키거나 돌던지기, 창던지기 등의 놀이로 한가한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또한 아이들은 그것을 모방해 흉내를 내면서 놀이를 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놀이는 인류 초기사회부터 본능적으로 등장한 것이다. 놀이(play)는 레크리에이션의 한 형태이다. 호이징가(Huizinga)는 인간의 본질을 놀이 하는 인간(homo ludens)으로 규정하면서 놀이의 특징을 자유롭고 자발적인 활동, 그 자체에 몰두하는 것, 일상적이 아닌 것, 시간과 공간의 경계가 없음, 창조적인 것, 질서와 규율이 있음, 불확실성, 사회성을 내포하는 것 등으로 제시했다. 인간은 역사적으로 놀이를 통해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문화와 사회를 익히며, 자기계발을 했던 것이다. 이와 같은 놀이는 여러 사람이 같이 하거나 즐김으로써 문화를 형성하게 되었는데 이를 놀이문화라고 한다. 놀이문화의 대표적인 것이 축제라고 할 수 있다.

축제하면 빠질 수 없는 것이 먹거리이다. 축제 현장에서 먹거리에 대한 불만은 특색 없는 음식과 바가지요금이다. 지난해 경북 영양 산나물축제 현장에서 옛날 과자 한 봉지(1.5kg)를 7만 원에 판매해 국민적 공분을 산 적이 있다. 작년 전북 익산 국화축제장의 경우 파전 한 장에 1만5000원, 어묵 한 그릇에 7000원을 받았는데, 양도 부실해 방문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올해 전남 광양 매화축제의 경우 바가지 상혼에 교통체증까지 발생해 방문객들의 불만이 높았지만 해당 지자체는 누적 방문객수를 강조하며 자화자찬을 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이와 같이 전국의 많은 지역축제 현장에서는 먹거리 바가지 상혼이 성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먹거리 바가지요금은 대부분 행사 주최 측인 자치단체에서 각종 축제를 열면서 지역의 토속음식을 권장하는 것이 아니라 전국의 잡상인을 불러들여 일정액의 자릿세를 받음으로써 발생하는 구조적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에 강원도의 경우 축제 바가지요금 근절을 위해 비싸게 받으면 보증금 안 돌려주는 등 바가지요금과의 전쟁에 나섰고 도내 111개 모든 축제에 적용하기로 했다. 뿐만 아니라 메뉴 사진, 중량 등을 홈페이지에 공개하기로 했으며, 축제장 내에 물가 종합상황실과 바가지 신고센터를 운영해 최소 2~4시간 단위로 요금을 공개할 계획이라고 한다.

행정안전부가 전국에서 지역축제가 시작되는 봄철을 맞아 ‘바가지 물가’ 대응에 나선다고 한다. 행안부는 100만 명 이상 규모의 지역축제를 위해 민·관으로 구성한 합동 바가지요금 점검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고, 지방물가 안정관리를 위해 전국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고 있는 ‘물가대책 상황실’과 연계해 대응 체계를 상시 유지할 방침이다. 또한 지역축제가 열리는 모든 지자체에는 민·관합동점검반을 확대 운영한다. 특히 100만 명 이하 50만 명 이상 규모의 지역축제는 광역지자체 부단체장을 단장으로 지자체 공무원과 지역상인회, 소비자단체 등으로 구성된 민·관합동점검반이 나서고, 현장에서 위반사례를 발견하면 즉각 시정 조치하는 등 바가지요금을 집중적으로 단속한다고 한다.

3월 하순부터는 울산 전역에 각종 벚꽃축제가 개최된다. 5월이면 울산대공원 장미축제, 쇠부리축제, 태화강국가정원 봄꽃축제, 옹기축제 그리고 가을에는 고래축제와 공업축제 등 각종 축제가 계획되어 있다. 축제 현장의 바가지요금은 지역축제의 이미지를 훼손하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가로막는다는 점에서 근절이 꼭 필요하다. 또한 바가지요금에 대한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민과 방문객에게 돌아가고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울산의 축제 현장에서는 먹거리에 대한 바가지요금이 없는 건전한 놀이문화가 정착되었으면 한다.

이정학 전 울산과학대 교수 관광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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