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규홍의 말하기와 듣기(8)]연설 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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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홍의 말하기와 듣기(8)]연설 말하기
  • 경상일보
  • 승인 2024.03.29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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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규홍 경상국립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

대학에서 말하기 강의를 할 때마다 학생들에게 보여 주는 영화 한 편이 있었다. 2010년에 개봉한 톰 후퍼 감독의 ‘킹스 스피치’란 영화다. 2011년 여러 영화상을 휩쓸었으며 7개의 골든 글로브상을 받은 영화로 연설 때마다 말을 더듬는 영국 왕 조지 6세의 언어치료 과정을 담은 내용이다.

연설은 한 사람이 대중들에게 자기의 주장을 펼치고 감동을 주고 설득하는 화법이다. 따라서 넓은 공간과 불특정다수에게 하는 말하기란 특수성을 가진다. 연설은 웅변술과 수사학과 함께 기원전 로마시대를 거쳐 중세 유럽의 대표적인 말하기의 하나였다. 세계적인 정치지도자들 중에는 연설을 잘함으로써 역사에 남은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대중 연설은 정치인들에게는 필수적이다.

연설은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사람에게 설득과 감동을 주어야 하기 때문에 우선 문장은 짧아야 하고 미사여구를 많이 쓰지 않아야 한다. 창의적인 강한 한 마디 말만으로도 충분히 성공하는 연설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단정적인 서술어 표현과 함께 깊은 인상을 줄 수 있는 강한 어휘를 쓰는 것이 중요하다.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다”처럼 죽음과 삶처럼 강한 어휘로 대조하는 방법이다.

그리고 연설은 대중의 감동적 울림을 얻기 위해서는 논리적이어야 한다. 논리적 표현 구조로 대표적인 것이 아리스토텔레스의 삼단론법과 변증법이다. 이 화법의 구조는 간결하면서 강한 전달력을 가진다. 그러나 자칫 거짓 논리로 대중을 현혹시키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런 연설자를 중세에는 궤변론자라 했다.

미국 인지언어학 조지 레이코프의 프레임(틀) 이론으로 대중들을 프레임에 가두고 걸려들게 하는 연설도 한다.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라고 말하는 순간 대중은 코끼리를 생각한다는 인지원리다. 정치는 프레임 전쟁이라고 한다.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그냥 대중에게 던짐으로써 대중을 그 프레임 덫에 걸리게 하기도 한다. 오늘날 가짜 뉴스가 넘치는 것도 그러한 인간의 인지를 교묘히 활용한 것이다.

연설 말하기의 또다른 짜임은 의미적으로는 반대의 의미를 대비시키는 대조법과 형식적으로 말을 대비시키는 대구법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 예컨대 ‘대한민국은 자유민주국가이고 북한은 공산독재국가이다’와 같이 대한민국과 북한, 자유민주국가와 공산독재국을 대조와 대구로 표현한 것이다. 또 반어법이나 반복법과 같은 수사법으로 대중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는 것도 한 방법이다. 연설은 강한 손짓과 몸짓으로 역동적으로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발음은 분명해야 하고 강한 음성으로 말해야 하며 말은 빠르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시선은 대중에게 골고루 주어야 한다.

그러나 말만 잘한다고 결코 좋은 연설이 될 수 없다. 연설자가 진실하고 존경받는 사람이어야 한다. 선거 시기에 쏟아내는 수많은 연설들 중 어떤 연설이 진실한지 잘 판단해야 한다.

임규홍 경상국립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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