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대 국회 임기 만료(5월29일)를 20여일 앞둔 가운데 여야의원들이 앞다퉈 해외로 향하고 있는 등 역대 최악의 ‘입법 성적표’를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7일 국회와 여야 정치권에 따르면 2020년 5월부터 올해 5월까지 4년간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 2만5830건 중 9455건이 처리돼 법안 처리율이 36.60%에 그쳤다.
여야가 여소야대 지형 속 정쟁만 되풀이하면서 국회 본연의 업무인 입법은 뒷전으로 밀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이번 21대 국회는 여야가 극한 대치로 정쟁을 일상화하면서 미래산업 기반 마련과 규제 개선 등을 위해 처리가 시급한 주요 민생 법안들까지 장기간 발목을 잡아 각계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여야 의원들은 21대 국회 임기 막판 해외 출장에는 뜻을 같이해 빈축을 샀다.
21대 국회는 역대 최악이라는 오명을 쓴 20대 국회보다도 낮은 법안 처리율을 보였다. 오는 28일 마지막 본회의를 열어 다수의 법안을 처리한다 해도 20대 국회보다 저조한 법안 처리율을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
20대 국회에서는 발의된 2만4141건의 법안 중 1만5002건이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20대 국회 법안 처리율(철회 등 포함)은 37.9%로, 19대 국회의 45.0%보다 낮았다.
여야가 극한의 대치를 이어가면서 국가적으로 시급하거나 민생에 직결된 법안까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폐기될 위기에 처했다. 21대 국회 내내 정쟁에만 몰두하다 보니 이견이 작은 비쟁점 법안까지 줄줄이 폐기되는 수순을 밟고 있다.
여야가 처리하기로 공감대까지 형성한 ‘고준위 방폐물 관리 특별법’(고준위방폐물법)은 여야 대치 속 표류하고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2년 넘게 계류 중인 고준위방폐물법은 원자력발전소 가동으로 발생하는 사용후핵연료의 영구 처분시설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법이 통과되지 않으면 2031년 한빛·고리 원전 등의 가동까지 중단될 수 있다.
대형마트 휴무일을 주말에서 평일로 바꾸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은 산자위에 계류돼 있고, 비대면 진료를 제도화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은 지난해 8월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소위 심사 이후 논의에 진전이 없는 상태다.
온라인 법률 플랫폼이 대한변호사협회의 과도한 규제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내용의 일명 ‘로톡법’(변호사법 개정안), 재판 지연을 해소하고 판사 업무 부담을 줄이기 위한 법관증원법 개정안도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돼 21대 국회 통과가 불투명하다.
AI(인공지능) 산업 진흥과 규제 내용이 담긴 ‘AI 산업 육성 및 신뢰 기반 조성에 관한 법률안’과 현행 예금보험료율 한도(0.5%)의 적용 기한 연장을 골자로 한 예금자보호법 개정안도 소관 상임위에 계류돼 있다.
불법 투자리딩방 등 신종사기 대응을 위한 사기방지기본법은 지난해 11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했지만, 법사위에서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여야 의원들은 저마다 의회 외교, 정책 연구 등의 목적을 앞세우고 있지만 임기 막판에 해외 출장이 몰린 모습에 여야가 입법 성과를 내기보다는 국민 혈세를 쓰며 외유에 나서는 데에 더 적극적인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해외 출장자 가운데 4·10 총선에서 낙천하거나 낙선한 의원들이 다수 이름을 올리면서 ‘배려성 출장’ ‘말년 휴가’ 아니냐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선 위원장인 민주당 소병훈 의원과 같은 당 어기구 의원이 지난달 25일부터 6박8일 일정으로 스위스와 오스트리아를 다녀왔다. 각국 농림 정책당국 관계자를 면담했다고 한다.
여성가족위원장인 민주당 권인숙 의원과 국민의힘 최연숙(복지·여가위원) 의원, 민주당 정춘숙(복지위원) 의원은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 방문을 위해 스위스 제네바 출장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김두수기자 dusoo@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