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고 사는 울산노인 매년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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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고 사는 울산노인 매년 늘어난다
  • 강민형 기자
  • 승인 2024.05.08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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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아이클릭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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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중구에 거주하는 A(82)씨는 최근 남편 B씨가 무섭다. 갑자기 화를 내며 폭력을 행사하는 일이 잦아졌기 때문이다. B씨에게 맞는 날이 늘어나면서 몸에 생긴 멍을 본 딸이 A씨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왔다.

#남구에 사는 C씨는 복지관에서 진행하는 ‘노인 학대 교육’을 듣고 신고를 결심했다. 남편 D씨가 걸핏하면 물건을 부수거나 자신에게 심한 욕설을 하고, 가끔 손찌검도 했기 때문이다. C씨는 “내가 처한 상황이 노인 학대에 포함되는지 몰라 여태껏 신고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어버이날을 맞았지만 공경받아야 할 노인들의 학대 신고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자녀들이 일찍 독립하거나 분가하면서 고령 부부 가구가 증가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사회적 분위기가 바뀌면서 노인 학대 사례도 자녀에서 배우자로 바뀌고 있는 분위기다. 하지만 노인 학대 피해 지원 기관은 정부 정책에 따라 지원책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에 지역 맞춤형 정책 수립에 한계가 있다. 또 학대 재발을 막기 위한 가해자 치료를 위해서는 당사자·보호자의 동의가 필수적이라는 문제도 거론된다.

7일 울산시 등에 따르면, 울산 노인 학대 신고 건수는 2021년 498건, 2022년 506건, 2023년 526건으로 계속 늘고 있다.

학대자는 2021년 배우자 36%, 아들 35%였지만 2022년에는 배우자 44%, 아들 25%, 2023년에는 배우자 49%, 아들 26%로 배우자가 직접적인 학대자가 되는 추세다.

이런 경향은 자녀들의 독립·분가가 활발해지고, 신종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두드러지고 있다.

문제는 여전히 피해자 본인의 신고가 소극적이라는 점이다. 신고 경로는 경찰 연계가 60~70%를 차지한다. 이어 유관기관, 가족, 피해자 본인 신고 순이다. 가정폭력 등으로 경찰이 개입한 뒤 노인학대 신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절대 다수라는 의미다.

무엇보다 노인 학대 신고가 늘고 있지만 이를 담당할 기관은 부족하다. 울산 내 학대 피해 노인 관리·지원은 노인 보호 전문기관 1곳과 학대 피해 노인 쉼터 1곳이 전부여서 인력 부족 문제가 거론된다. 지난 2006년 개소한 노인 보호 전문기관 담당자는 18년간 1명만 늘었다. 현재 노인 보호 전문기관 상담자는 8명으로, 지난해 기준 1명당 65.75건의 신고를 담당한 셈이다. 인력이 부족하다보니 현장 확인 후 학대로 판단되더라도 사후 관리 지원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많지 않다.

사례 지원으로 이어진 건수는 지난 2021년 178건, 2022년 162건, 2023년 174건에 불과하다.

학대 재발을 위한 대책 수립도 쉽지 않다. 최근 들어서는 학대 행위자가 치매 의심 소견을 보이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기관 관계자에 의하면 최근에는 단순 폭력, 정신적 질환 등으로 인한 학대보다 경도 치매, 인지장애로 학대가 이뤄지는 경우가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자녀가 학대자인 경우 정신적 질환, 알코올 중독 등의 치료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 점이 문제다. 치료를 위해서는 당사자나 보호자의 동의를 받아야 하지만 완강히 거부하는 경우 강제할 방법이 없다.

이와 관련, 울산시는 기관을 확충할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노인 복지 사업이 보건복지부와 연계되는 정부 정책사업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인 보호 전문기관 관계자는 “향후 고령 인구가 늘어나는 가운데 노인 정신·건강을 대상으로 하는 국가적인 관리 체계가 마련되고 관련 인력을 확충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며 “피해 재발 방지 차원에서 학대자 치료를 위한 구조를 개편하는 것은 물론, 자녀 등 가족과 주변인의 적극적인 신고와 관심으로 학대 예방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강민형기자 min007@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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