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0년 장기 불황을 뚫고 재도약의 기지개를 켜고 있는 울산 조선산업의 디지털 전환이 매우 부진한 것으로 분석됐다. IT 전담 인력, 전산시스템, 현장 자동화 설비 등 개선해야 할 점이 많은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AI, 로봇 등이 주도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제조업의 디지털 기술을 접목·활용하지 않고서는 기업도, 산업도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그런데도 ‘조선업 메카’ 울산 조선업의 디지털 전환이 부진하다고 하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조선업은 노동집약적 산업의 특성상 디지털 기술의 적용이 쉽지 않은 문제도 있다.
그런데도 울산의 조선업이 미래에도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스마트 조선소 구축에 속도를 내야 한다. 울산시와 정부 차원의 지속적인 지원과 조선업계의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울산시는 9일 지역의 조선 및 유관 산업의 경쟁력 강화 전략을 마련하기 위한 ‘울산 조선 및 유관 산업 전 종합 로드맵 수립’ 용역 완료 보고회를 가졌다. 이 용역 결과 울산지역 조선업 IT 전담 인력은 10%, 전산시스템 도입률 50%, 현장 자동화 설비 도입률 20% 등 전반적으로 조선업 디지털 전환이 미흡한 것으로 진단됐다.
시는 이런 지역기업 현안을 기반으로 지능형 작업장 기반 구축 등 제조시스템 고도화, 인력양성센터 구축 등 핵심기술 인력 양성, 선박·항만 연계형 인터넷 체제 기반 개발 등의 과제를 마련해 추진할 계획이다.
울산의 조선업은 최근 글로벌 조선·해운 업황 호조에 힘입어 재도약할 기회를 잡았다. HD한국조선해양은 올해 5월 현재까지 연간 수주 목표의 82.2%를 채운 데 이어 이달 중 연간 수주목표 조기 달성을 기대하고 있다. HD 현대중공업그룹은 2030년까지 생산성 향상과 공기 단축이 가능한 미래 첨단 조선소(FOS)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문제는 자금과 기술·전문 인력 부족 등으로 스마트 전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 중소 조선업계다. 대기업의 속도에 맞춰 중소 조선업계의 디지털 격차를 메우지 못하면 지역 조선업계 전반의 경쟁력 끌어올리기 어렵다.
울산은 지난 2016년부터 불어닥친 조선업 위기로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고, 지역경제가 침체되는 ‘울산의 눈물’을 겪은 바 있다. 더 이상 아픈 흑역사를 재연하지 않으면 조선업 뿐만 아니라 지역 주력산업의 디지털 전환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울산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