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지역 초중고 졸업’ → ‘명문대학 찾아 탈울산’ → ‘타 지역 정착’. 언제부터인가 울산지역 사회에서는 이런 현상이 당연하다시피 고착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울산의 최상위권 이공계 인재들이 전국단위 모집을 실시하는 타 지역 영재학교로 빠져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대로라면 젊은층 인재유출, 인구감소 가속화는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다. 이제부터라도 행정 및 교육당국의 교육명품도시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광역시도는 물론 기초지자체도 지역발전의 최우선 과제로 ‘교육 경쟁력 강화’를 꼽고 도시 명운을 걸고 있다. 울산도 우수 영재의 타지역 유출을 막고 지역에서 정주·성장하는 선순환구조 확립에 모든 사회구성원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
◇산업수도 울산의 미래 짊어질 ‘과학영재’ 산실
UNIST(울산과학기술원)에 따르면 전국 과학고(20), 자사고(35), 영재고(8), 국제고(8) 총 71개 중 울산은 과학고와 자사고 각 1개만 있다. 영재고는 없다. AI 등 4차산업시대에 과학기술 혁신과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과학영재 조기 발굴은 시대적 과제인 셈이다. 결국, 과학영재 육성이 국가기술 혁신과 지역산업 경쟁력 강화의 척도가 된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UNIST가 부설 과학영재학교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울산은 지역주력산업인 제조, 에너지, 반도체 헬스케어 분야 특화 교육을 통해 지역 혁신을 선도할 지역산업 맞춤형 과학기술 인재 육성에 초점을 맞춘다. UNIST 탄소중립, 반도체, AI, 의과학 등 주요 학위과정과 연계해 중등고등재직자 교육으로 이어지는 전주기적 인재양성 프로세스를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UNIST 부설 과학영재학교는 ‘첨단전략기술의 근간이 되는 기초과학분야 과학영재 양성’을 근간에 둔다. 기초과학은 물리·화학·생명과학·수학 등이며, 반도체·이차전지·바이오·AI 등 12대 국가전략기술도 포함된다. 영재고는 자사고, 일반고와 달리 영재교육진흥법을 근거로 운영 전반에 자율권이 확보되어 고유의 커리큘럼 수립이 가능하다.
이에 UNIST 부설 과학영재학교 운영방법은 국비 재원을 통해 자율적·안정적 운영을 기반으로 한다. 교육모델은 2+1 공동 교육시스템 도입이다. 1~2학년은 영재학교에서, 3학년은 UNIST 캠퍼스에서 활동하는 방식이다. 무엇보다 지역인재와 해외 우수 연구자 유치 등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구상이다.
울산지역 일반고 학생에게도 교육을 개방한다. 온·오프라인 수강기회를 제공하고 공동 R&E 등을 추진하는 방안이다. 입학생의 일부는 외국인으로 모집해 해외 우수 연구자 유치 등 세계화(globalization)을 통해 국제적 도시로 성장한다는 복안이다. 2022년 기준, UNIST 내 외국인 교원·학생·연구원은 59개국에 470여명이다.
KAIST 부설 한국과학영재학교 최근 3년간(2021~2023년) 입학경쟁률은 8.67을 기록했다. 타 지역 출신 비율은 72% 수준으로 증가했다. 지역 출신 학생이 지역에서 계속 성장할 수 있는 환경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높다. 계획대로 진행되면 오는 2029년 3월 개교를 목표로 한다.

◇UNIST 과학영재학교 설립 법적 근거 확보에 행정·교육·정치 머리 맞대야
이같은 UNIST 부설 과학영재학교가 계획대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이미 KAIST(한국과학기술원)와 GIST(광주과학기술원)은 지난 2023년 12월 부설 영재학교 설립 기획연구 용역진행을 완료한 상태다. KAIST는 한국과학기술원법 제14조의3항 ‘과학영재학교의 설치·운영’ 조항을 통해 설립의 당위성을 확보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원법에는 과학영재학교의 운영 전반에 대한 내용과 학력 인정, 교직원, 교원의 파견 등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다. GIST는 지난 1월 부설 AI 영재학교의 설립 근거를 담은 ‘광주과학기술원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 공포됨에 따라 영재학교 설립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에 반해 지난해 4월11일 시행된 울산과학기술원법에는 영재학교와 관련된 내용이 전혀 없다. 다른 법률에도 UNIST 과학영재학교를 설립할 수 있다는 내용은 전무하다. 안그래도 상대적으로 후발주자인 울산은 과학영재학교 설립을 위한 법적 근거 조차 없어 전전긍긍이다.
그나마 집권여당인 국민의힘 김기현(남구을) 국회의원이 UNIST 부설 과학영재학교 건립에 힘을 보태고 있어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김 의원은 지난 2일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울산과학영재학교 설립 타당성 용역을 공고함에 따라 국회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측과 향후 추진 과제 및 계획을 점검했다. 무엇보다 김 의원이 학교 설립의 근거가 될 법률안을 발의할 계획이어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기현 의원은 “UNIST도 KAIST, GIST와 같이 과학영재학교를 둘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용역결과를 바탕으로 2025년 국비예산 확보를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 의원은 5월초 열린 울산시국회의원 간담회에서 UNIST 산하 과학영재학교 설립을 위한 울산시의 선제적인 노력을 당부한 바 있다.
울산 시정부와 지역 여야 정치권이 합심해 인재유출 방지, 과학영재육성으로 국가 과학기술 혁신을 선도하고 지역 경제도 퀀텀점프를 노리는데 사활을 걸어야 한다.
박재권기자 jaekwon@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