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주에서 출발한 바하마 선적의 초대형 액화천연가스(LNG) 선박(11만9000t급) ‘그레이스 코스모스’(Grace Cosmos)가 지난 4월5일 울산 북신항 코리아에너지터미널(KET) 2번 부두에 접안했다. 이날부터 15일까지 무려 10일에 걸쳐 서서히 6만5000t 규모의 LNG를 하역하고, 쿨다운(탱크나 배관 등 설비의 단계적 냉각)까지 무사히 마무리했다. 2020년 7월부터 4년에 걸쳐 건설된 KET의 LNG터미널 시운전 개시를 성공적으로 이뤄내는 동시에 울산항을 통한 LNG 도입 시대가 개막된 역사적인 순간이다.
◇S-OIL·SK에너지·고려아연…수요처 정해진 LNG 탱크
지난달 29일 KET에 들어서자 지름 90.6m, 높이 57.9m 크기의 거대한 탱크 2기가 눈에 들어온다. 탱크는 1기당 LNG 21만5000㎘씩 저장한다. 이미 완공돼 6만5000t 규모의 LNG를 하역하고, 쿨다운까지 무사히 마무리 한 1호기는 SK가스의 발전자회사인 울산GPS가 사용한다. 2호기는 SK에너지·SKMU·고려아연 등이 사용처로 정해졌다. 건설 중인 3호기에 저장할 LNG는 S-OIL에 공급할 예정이다. 4호기는 물량을 공급받을 곳이 정해지는 대로 건설에 들어갈 예정이다.
무엇보다 1호기 LNG 물량은 울산GPS로 바로 연결된다. KET에서 8㎞ 떨어진 곳에 있는 울산GPS는 LNG와 LPG 모두 연료로 활용할 수 있는 세계 최초 LNG·LPG 듀얼 발전소를 오는 9월 이후 본격적인 상업가동에 들어간다. 1호기에서 직배관을 통해 울산GPS로 LNG 물량이 공급돼 전력으로 생산될 경우, 발전 용량이 원전 1기와 맞먹는 1.2GW(300만명·4인 가구 기준)다.
윤병석 SK가스 사장은 “SK가스가 추진하는 LNG 사업의 핵심 거점이 될 KET에 첫 번째 선박이 입항하고 하역도 성공적으로 이뤄졌다. 울산이 미래 에너지 공급 중심지로 발돋움했다”며 “앞으로도 KET를 기반으로, 그동안 쌓아온 에너지 사업 역량을 집결시켜 LNG 분야로의 사업 확대를 가속화하고 나아가 SK가스가 2030년 동북아 메이저 LNG 사업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경쟁 선점할 기회 제공
KET는 SK가스(47.6%)와 한국석유공사(52.4%)가 합작한 울산 최초의 LNG 직도입 터미널이다. 울산 북신항에 1조6811억원을 들여 LNG 탱크 4기 건설을 진행 중이다. KET 바로 옆 SK가스가 만들고 있는 수소복합단지(CEC·Clean Energy Complex) 내 탱크 2기까지 포함하면 국내 민간 LNG 터미널 중 최대 규모인 연간 저장 능력 720만t까지 확보하게 된다. 이에 2027년쯤이면 선박에도 LNG를 공급(벙커링사업)하게 된다.
이는 기후변화를 초래하는 6대 온실가스의 순배출량 ‘0’에 도전하는 정부 정책인 ‘Net-Zero’ 전환의 다리 역할로 현실적인 탄소 감축 솔루션을 제공하게 된다.
일례로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2.7%가량을 차지하는 해운업계의 변화다. 배의 주요 동력 공급원인 선박용 연료(B-C유, 디젤)를 LNG로 바꾸는 것이다. 더불어 울산항을 친환경 연료 항만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게다가 2023년 7월 국제해사기구(IMO)가 2050년까지 해운업에서 나오는 탄소 배출량을 ‘0’로 만드는 데 합의했기에 저공해 에너지인 LNG 벙커링 수요는 중장기적으로 전체 선박 연료 시장의 20%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LNG 벙커링은 해운과 항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필수 사업으로 꼽힌다. 울산항은 이런 글로벌 경쟁 수요를 선점할 수도 있다. 실제 친환경 바람이 불면서 바다에도 기존 B-C유·디젤 대신 친환경 LNG를 연료로 사용하는 배가 늘어났다. 1척당 3000억원이 넘는 고가 선박이지만 2024년 기준 전 세계에서 680척이 운항 중이다. 1분기에만 전 세계에서 발주된 LNG선 29척 모두를 우리나라에서 수주했고, 현재 국내에서 건조되고 있는 선박만 해도 256척에 달한다. 이에 2028년에는 1006척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무엇보다 울산은 LNG 벙커링 사업을 추진하는 데 최적화된 곳으로 평가받고 있다. 국내 자동차 수출의 요충지이며, 석유화학 제품과 다양한 원자재의 수출입이 많아 자체 벙커링 수요가 풍부하다.
또 동남아 물류의 중심이자 컨테이너 물동량 세계 7위인 부산항과 인접해 있어 입항하는 컨테이너선에 LNG 연료를 공급하기 유리하고, 대형 벌크 화물의 운송 수요가 있는 포항과 광양까지 동시에 아우를 수 있는 것도 강점이다. 이런 울산항에 LNG 탱크 건설은 바다에 부는 친환경 변신에 발맞춰 간다는 것을 공식화했다는 의미가 있다.
전상헌기자 honey@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