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 업무를 하면서 한밤 중 ‘옆 집에서 다투는 것 같다’는 112신고를 접수하고 현장에 출동했지만, 막상 내부에는 인기척이 없고 신고자는 진술을 거부하고, 목격자는 없는 등 다툼 여부가 불확실하여 집안 수색을 주저한 경험이 있었다. 한여름 장마철, 불어난 계곡물에 고립될 위험으로 피난을 권고했지만 끝까지 야영을 고집한 피서객을 설득하느라 고생했다는 동료 경찰관의 얘기를 들은 적도 있었다. 하지만 위와 같은 사례는 앞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올해 7월3일부터 ‘112신고의 운영 및 처리에 관한 법률’, 약칭 ‘112신고처리법’이 시행된다. 이는 약 67년 만에 112신고의 운영과 처리 등에 대한 법률적 기반을 마련한 것으로, 현장 경찰관이 범죄나 각종 사건·사고 등 위급한 상황에서 좀 더 당당하게 법 집행을 할 수 있어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을 더욱 효과적으로 보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12신고처리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선 경찰의 112신고에 대한 ‘긴급조치 권한’이 강화되었다. 경찰관은 그간 112신고를 받고 범죄가 의심되는 현장에 출동했음에도 요건이 협소해 신속히 건물 등에 출입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번 법 시행으로 생명·신체 등에 급박한 위해가 우려되면 타인의 토지·건물에 출입할 수 있고, 토지·건물·물건 등에 일시사용·사용제한·처분까지 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하천범람으로 안전을 위해 사람들을 대피시키는 경우, 건물이 무너질 우려가 있어 건물 안 사람들을 피난시키는 경우, 이상동기범죄 현장에서 추가 사상자를 막기 위해 사람들을 해산시키는 경우 등 각종 재난·재해, 범죄 상황으로 사람의 생명·신체가 위험할 때 위험구역에 있는 사람들이 현장에 벗어나도록 명하는 피난명령권도 강화되었다.
그리고 긴급조치를 거부 또는 방해하거나 피난명령을 위반할 경우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과태료 각 300만원,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 규정도 신설했다.
범죄나 각종 사건·사고 등 위급한 상황을 거짓으로 꾸며 112신고를 한 사람에게는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여 거짓신고에 한층 적극 대응할 수 있는 근거도 만들었다. 또한 112신고 처리에 있어 공동대응이나 협력이 필요한 경우 관계기관에 이를 요청하고, 관계기관은 이에 의무적으로 응하도록 규정하여, 국민의 안전을 위해 여러기관의 전문성과 자원을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아울러 112신고를 한 사람이 범죄 피해자, 범죄를 목격한 사람, 그 밖의 각종 사건·사고 등 위급한 상황에서 구조를 요청한 사람에 해당하는 경우 그 신고자를 보호하도록 규정하였다.
결론적으로 ‘112신고처리법’은 국민의 평온한 일상을 위한 안전망을 더욱 촘촘히 하고 한층 강화하는 획기적인 변화이다. 누구나 국민의 생명·신체·재산 보호를 위해 경찰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 112신고를 부탁드린다. 지금도 빗발치는 112 전화벨 소리 속에는 경찰관이 신속하게 도착하기를 바라는 시민들의 마음이 있고 수화기 너머에는 내 가족이 신고한다는 마음 자세로 항상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 112요원들과 현장경찰관들이 있다. 이번 ‘112신고처리법 시행’으로 일상이 안전한 울산에 한층 다가갈 수 있길 기대해본다.
강경민 울산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