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입법(立法), 바람직한 ‘법을 세우는 일’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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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입법(立法), 바람직한 ‘법을 세우는 일’에 대하여
  • 경상일보
  • 승인 2024.07.08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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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영해 시인·전 울산문인협회장

‘제헌절(制憲節)’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7월17일은 대한민국 첫 헌법을 만들고 공포한 날이고, 4월25일 ‘법의 날’은 준법정신을 높이고 법의 존엄성을 고취하기 위해 제정된 날이다.

우리나라는 1948년에 선출된 200명의 국회의원들로 제헌국회가 구성되고 이들이 헌법을 제정했다.

국회는 입법부로서 ‘삼권(三權)’의 한 축을 이루는데, ‘입법권(立法權)’은 ‘국회의 법률 제정권’이지만 낱글자의 의미로는 ‘법을 세우는 권한’으로 국회가 존립하는 중요한 이유가 된다.

여기에서 ‘立’은 ‘大’와 ‘一’의 합자로, 양팔을 벌리고 서 있는 사람 아래 땅을 나타내는 획을 그어서 ‘땅 위에 사람이 서 있는 것’을 나타낸다.

‘立’자가 붙은 단어들은 주로 ‘서다’나 ‘세우다’의 뜻을 나타내는데 나라에서 세우면 ‘국립’이요, 시에서 설립하면 ‘시립(市立)’이 된다. 또 공립, 사립 등이 있고 국가나 제도, 학설, 단체가 망하거나 없어지지 않고 그 위치를 지키면 ‘존립(存立)’이라고 한다. 봄이 들어서는 ‘입춘’, 겨울이 시작된다는 ‘입동(立冬)’에, ‘입추(立錐)의 여지가 없다’는 ‘송곳을 세울 자리도 없이 빽빽하다’라는 뜻을 지닌다.

‘정책이나 제도, 정부 등을 구상하거나 이룩하여 세울 때’는 ‘수립(樹立)’이 사용된다.

영어에서 ‘창립(創立)하다’ ‘확립(確立)하다’ ‘수립하다’라는 뜻을 지닌 ‘establish’에도 ‘서다(stand)’를 뜻하는 ‘sta’가 들어있다.

‘직면하고 있는 형편이나 상황’을 뜻하는 ‘입장(立場)’도 ‘standpoint’라고 한다. 이처럼 ‘서다(立)’는 동서양 모두 비슷한 용도로 쓰이고 있다.

한편, 법치국가에서 법률은 국가운영의 가장 기본이 되는 요소이다. 동시에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함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따라서 물() 흐르(去)듯이 자연스러워야 할 ‘법(法)’이 일부 계층이나 파당, 이익단체의 사익을 위해 만들어져서는 안 되며, 또한 제정된 법을 악용하는 것은 더욱 경계해야 할 것이다.

헌법에도 규정되어 있는 ‘3권분립’에서, ‘분립(分立)’은 ‘독립(獨立)’의 또 다른 이름이다. 입법·사법·행정이 독립하여 각각 맡은 바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는 것이 자유민주주의의 기본원칙임에도 우리 사회는 대책 없는 ‘3권 상호불신’ ‘3권 간섭’으로 인해 국론이 분열되고 불필요한 갈등 비용이 발생하고 있는 듯하다.

게다가, 지난 21대 국회는 ‘최악의 법안 처리율’이라는 오명을 얻었다.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 2만5857건 중 처리된 것은 9479건으로 36.7%에 그쳤다고 한다. 이는 역대 최저치로 별도 법안 규제심사가 없는 의원 입법을 남발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새로 개원한 22대 국회에서는 엄정하게 국사를 논하고 진정 국민을 위한 법안을 많이 제정함으로써 입법부가 그 본연의 의무를 소홀히 하지 않기를 바란다.

‘법을 세우는 것’은 공업 입국(工業立國), 산업 입국처럼 ‘나라를 세우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일이다.

법의 제정은 특정 개인이나 일부 이해단체와 같은 한쪽 편에 치우침 없이 불편부당(不偏不黨)해야 하며 법의 집행에도 왜곡, 오용, 남용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여론 조사 전문 기관에 따르면, 임기 4년이 끝난 뒤 조사에서 ‘지난 국회가 잘했다’는 응답은 거의 10% 내외에 그쳤다고 하니, 희망차게 출범한 이번 국회는 편안해지고 싶은 5000만 국민의 매서운 눈이 지켜보고 있음을 명심했으면 한다.

국민은 대의기관(代議機關)인 국회가 비난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되며 명예가 실추되지 않고 권위가 바로 서기를 바라고 있다.

제헌절을 앞두고 필자의 입장(立場)도 국회의원 투표권을 가진 유권자의 한 사람으로서, 법을 만들고 바로 세워야 하는 국회가 오히려 편법, 무법, 탈법 등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불법(不法)의 장(場)’이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는 바이다.

권영해 시인·전 울산문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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