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 헌정사에서 국회가 탄핵소추를 가결하고, 헌법재판소가 탄핵심판을 종결한 사건은 다섯 번 있었다. 노무현, 박근혜 두 대통령과 판사 한 사람, 장관 한 사람, 검사 한 사람이 그 탄핵 대상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인용이 되어서 파면이 이루어졌지만, 그 외 다른 사건은 기각되거나 각하되었다.
지난 5월30일 헌재가 결론을 내린 검사 한 사람에 대한 탄핵절차는 2013년에 기소된 서울시공무원 간첩조작 사건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검찰에서는 2013년에 서울시 계약직 공무원 A씨가 국내탈북자 정보를 북한에 제공한 간첩행위를 했다고 하면서 기소했는데, 그 재판에서 검찰이 국정원으로부터 넘겨받아 법원에 제출한 증거 중 일부 문서가 위조된 것으로 밝혀졌다. A씨의 여동생이 ‘오빠는 간첩이 맞다’고 한 진술서도 국정원이 여동생을 불법구금하고 가혹행위를 해 받아낸 것으로 밝혀졌다. 그리하여 A씨는 간첩 혐의에 대해 무죄판결을 받았다.
그런데 검찰은 2010년 기소유예로 종결하였던 A씨의 외환관리법 위반사건을 2014년에 수사재개해 다시 기소를 했다. 위 사건의 항소심 재판에서, 법원은 검사의 자의적인 공소권 행사로서 공소권남용에 해당하기 때문에 공소를 기각한다고 판결했고, 대법원도 이를 확정했다. 우리나라 최초로 검사의 공소권 남용을 이유로 공소를 기각한 사례가 된 것이다.
그런데 A씨를 외환관리법위반으로 기소한 검사는 징계처분을 받지 않았고, 이에 국회는 2023년 9월22일 최초로 현직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가결했다. 그리고 지난 5월30일 헌법재판소는 그 사건에 대해 탄핵기각으로 최종 결론을 내렸다. 재판관 네 명은 탄핵에 찬성했지만, 세 명은 공소권남용이 아니라는 이유로, 두 명은 공소권남용이 있지만 파면을 할 정도는 아니라는 이유로 기각에 찬성을 했던 것이다.
국회에서 위 사건에 대한 탄핵소추가 가결되었을 때, 필자는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법원을 통해 검사의 공소권남용이 이미 확정이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헌법재판소에서 결국 기각결정이 되었다고 하니, 탄핵이라는 것이 정말로 어려운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민주당은 다시 검사 4명에 대한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하면서, 지난 2일 4건의 탄핵소추안을 한꺼번에 발의했다. 앞으로 법사위에 회부되어서 조사를 진행할 것이고, 그 후 본회의에서 표결을 할 것이지만, 탄핵소추안이 발의되자 검찰총장은 즉시 기자회견을 자청해 민주당을 비판했다. 이재명 대표 관련 사건을 수사한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로 대표 방탄 탄핵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지난 5일에는 취재진 앞에서 관련 국회의원에 대한 권리행사방해, 명예훼손 등의 형사고발 가능성도 일부 언급을 했다. 검찰 내부 전산망에도 여러 검사들이 글을 올려서 울분을 토로하고 있다고 한다.
이번에 민주당이 추진하는 탄핵의 사유를 보면, 해당 검사가 불법적으로 압수수색을 했다는 것, 김건희 여사 관련 사건을 수사하면서 봐주기식 무혐의처분을 했다는 것, 증인을 회유해 위증을 하게 했다는 것 등이다. 어느 것 하나 탄핵사유의 존재를 입증하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이고 또 그런 사유가 검사를 파면케 할 정도로 중대한 것인지는 더욱 의문이다. 그런 점에서 민주당 스스로도 안 되는 줄 알면서 단지 해당 검사를 법사위 조사과정에 불러내어 창피를 주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면할 수가 없다.
그러나 한편으로 검찰의 반발 역시 위와 같은 점을 지적하는 선에서 그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헌법이 국회에게 탄핵소추권을 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처럼 검찰이 격한 어조로 탄핵소추 자체를 비난하다 보면, 오히려 오만한 검찰이라는 민주당의 주장이 공감을 일으킬 수도 있을 것 같다. 검찰에서는 탄핵사유에 대한 차분한 해명만으로도 충분히 다수당의 횡포를 부각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것을 넘어서 정치적 주장으로 민주당에 맞서게 되면 오히려 손해를 보지 않을까 싶다.
정희권 민가율합동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