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0대 장년이 50년 된 우울증으로 마음고생을 하다 뒤늦게 방문하였다. 어릴 적 아버지로 인한 학대는 평생 남자를 두려워하고 자기주장을 못 하며 자존감이 낮은 사람으로 살게 했다. 50년 전의 아픈 기억을 말하는데 눈물이 하염없이 흐른다. 이렇듯 성장 과정에서 부모가 자식에게 끼치는 영향은 평생을 간다. 이분처럼 결혼하고 중년의 나이인 자식의 삶에도 관여하며 금전적인 지원을 강요한 아버지들을 진료실에서는 간접 경험한다. 다소 별난 아버지의 사례를 보니 최근 언론에 연이어 나오고 있는 골프 스타 박세리씨가 생각난다. 아버지의 빚을 갚고 또 갚아도 그의 돈 문제가 연이어 나타나 딸로서 실질적 가장으로서 마음고생 하는 그녀가 안쓰럽다. 방송인 박수홍씨의 부자 관계도 이미 다 아는 일이다. 그 많은 수입을 부모 형제가 관리하고 빼돌리며 그의 조카들까지도 삼촌 돈은 괜찮다고 여기게끔 한 것은 그의 아버지의 책임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아들 밥상에 자기 숟가락 놓는 정도가 아니라 돈 벌어오는 아들의 숟가락을 던져버리는 아버지이니 박수홍씨도 불쌍하다. 콩쥐를 대하는 부모의 태도는 타인들이 볼 때 그 차별이 눈에 확 들어 오지만 그 부모는 깨닫지 못한다. 모르기에 형을 고발하는 자식을 죽여버리겠다며 억울해하는 것이다.
우리 콩쥐들 못지않게 마음의 병을 품고 살았던 외국 콩쥐, 그가 생각난다. 지난 6월25일은 그가 사망한 지 15년이 되는 날이었다. ‘Thriller’ 앨범이 1억장 팔린 세계 기록의 가수인 마이클 잭슨은 여러분이 꼽는 최고 스타 중에 포함될 것이다. ‘문워크’ 댄스와 ‘빌리진’ 노래로 기억되지만, 음악을 아는 전문가일수록 팝 역사에서 그의 전무후무한 엔터테인먼트 능력을 최고라 하니 그는 ‘전설’이다. 아이를 너무 사랑한 그가 소아성애자로 기소되며 명예가 추락했지만, 미국의 일부 저질 언론과 돈을 노린 그 아이 아버지의 음해로 밝혀졌다.
마이클은 자서전에서 “제 인생은 내 안에서 잃어버린 어린 시절을 찾아가는 과정이에요”라고 했다. 이게 무슨 말일까? 그에겐 정상적인 어린 시절이 없었다. 5명 자식을 밴드 ‘잭슨5’로 만들며 음악천재 마이클을 훈련한 아버지 조지프 잭슨의 방식은 폭력과 학대였다. 5살부터 스파르타 훈련을 받았던 마이클은 친구들과 놀지 못하는 것에 우울하고 아버지의 채찍과 폭언이 가장 두려웠다고 한다. 평생 그를 괴롭힌 외모 열등감, 우울증, 화려한 무대 뒤의 극히 내성적인 성격과 대인기피증, 아버지가 좋아하던 육식을 혐오하는 것, 어두운 곳에 가두고 벌을 받은 이후 생겨난 어둠 공포증, 진정제에 의존하는 것 등은 학대의 후유증이라고 생각한다.
어머니는 사랑과 그리움의 원천이고 아버지는 세상과 연결해주는 다리이다. 아버지는 아이가 세상을 대하는 태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아버지 그는 가장의 역할로 전쟁 같은 삶을 살아내며 힘들 것이다. 집에 돌아와 그 갑옷과 칼로 자식을 대하며 아이에 깊은 상처를 새기는 아버지가 의외로 많다. 타인에겐 조심하면서 내 아이는 소유물로 대하며 함부로 대하는 부모는 사실 달라지지 않는다. ‘사람은 바뀌지 않는다’는 거의 ‘참’인 명제이기 때문이다. ‘부자유친(父子有親)’하며 아들을 외유내강의 인격으로 잘 키우는 아버지는 계속 그럴 것이고, 타인에 순하던 모습이 집에 들어서면 까칠하고 거칠어져 아이들을 방에 숨게 만드는 아버지는 주위의 조언과 지적에도 계속 그럴 것이다. 그러니 제안한다면 내 자식을 남이 맡긴 아이라 여기자. 하느님이 부모의 업보를 해소하라고 보낸 피조물이지 않은가? 그저 내 자식이라도 조심하고 함부로 대하지 말자는 것 이외에는 달리 처방이 없다.
소설가 조정래씨는 아들이 아버지를 두려워하고 기가 죽어 우울한 학교생활을 한다는 것을 알고는 자책하다, 아들과 함께 둘이서 여행을 했다. 평소와 달리 어떤 지적도 하지 않고 비 오는 경포대 해변을 우산을 같이 쓰고 걷고 영화를 보며 놀고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돌아와서 수필에 그는 이렇게 쓴다. ‘자식의 모든 문제는 부모에게서 비롯된다’.
한치호 마인드닥터의원 원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