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안사위 사즉유비 유비무환(居安思危 思則有備 有備無患) ‘편안할 때 위기를 생각하고 미리 준비를 하면 화를 피할 수 있다’라는 뜻으로 7월18일 ‘제10회 연안 안전의 날’을 맞아 다시 한번 마음 깊이 새겨보는 말이다.
‘연안 안전의 날’은 지난 2013년 태안 사설 해병대 캠프에 참여한 고등학생 5명이 사망한 사고를 계기로 ‘연안 사고 예방에 관한 법률’에 따라 매년 7월18일로 지정된 법정 기념일이다. 사고 당시 학생들에게 “만약 구명조끼를 착용하도록 하는 등 전문적인 연안 안전 교육이 있었더라면 사고가 없었을 텐데”라는 안타까운 마음이 가장 크게 든다.
본격적인 여름 물놀이 철을 앞두고 이와 같은 경계의 교훈을 ‘구명조끼 착용’에서 찾으면 어떨까?
눈부신 해변은 시원한 파도에 몸을 맡기는 순간 많은 사람들에게 짜릿함과 즐거움을 선사하지만, 바다에서는 뜻밖의 위험이 언제든 우리에게 발생할 수 있다.
지난해 전국 연안에서 사고를 당한 국민 1800명 중 구명조끼를 착용했던 인원은 139명으로 14%에 그쳤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반해 한국교통안전공단에서 실시한 교통문화지수 실태조사에서 차량 이용자의 83%가 안전벨트를 착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명조끼와 안전벨트는 위급한 상황에서 개인의 생명을 지켜줄 수 있는 필수적인 장비다. 그러나 구명조끼 착용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은 아직 낮아 보인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은 수영을 잘한다고 생각하거나 바다의 위험성을 얕보며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는 “나는 괜찮을 거야”라는 안전불감증이 그 원인으로 생각된다.
구명조끼는 바다에 빠졌을 때 우리의 생명을 지키는 핵심 용품이다. 뜻밖의 사고로 의식을 잃거나 패닉상태가 되더라도 구명조끼를 착용함으로써 부력을 유지해 바다 위에서 안전하게 떠 있을 수 있어 익수자에게 안정감과 호흡을 유지한다. 이후에도 바다에서 체온이 떨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으며, 신속한 구조활동에 큰 도움을 준다. 그러므로 바다에서는 반드시 구명조끼를 착용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그리고 방파제 소위 ‘테트라포드’(tetrapod)에서의 추락사고는 낚시를 위해 테트라포드를 찾는 이에게 소리 없는 경종을 크게 울리고 있으나 아직 그 위험성을 알지 못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일명 ‘삼발이’라고도 하는 테트라포드는 표면이 둥글고 미끄러운 데다가 지지대나 손잡이가 없어 추락하면 매우 위험해 자칫 인명 사상으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최근 5년간 전국 테트라포드 사고는 356건 발생했고 그중 사망자는 52명으로 집계됐다. 테트라포드에서 낚시하는 것은 사고 위험이 매우 높으므로 삼가고 구명조끼를 반드시 착용해 2차 사고를 예방하는 것도 중요하다.
연안 사고 안전관리의 가장 큰 걸림돌인 테트라포드의 위험성에 대한 국민의 지성적 자각으로 선진 해양 안전 문화가 확산될 수 있도록 해양경찰의 홍보계도 활동은 현재진행형의 과제로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안전 사각지대인 테트라포드에서의 낚시 레저문화 만큼은 법 규제 이전에 국민 개개인의 안전을 위해서 자발적으로 자제하는 노력이 함께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선박의 위치 발신 장치는 바다라는 드넓은 공간에서 사고 발생 시 신속하게 구조할 수 있도록 정확한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장비이기 때문에 항행 중에는 반드시 작동을 해야 한다. 하지만 선박에서 임의로 위치발신장치를 끄거나 고장 난 채 방치하면 해경에서는 선박의 실시간 위치를 확인할 수가 없어 신속하고 적극적인 구조활동을 기대하기 어렵다. 바다는 우리에게 풍족한 어족 자원을 제공하는 식량자원의 보고이자 해양레저 활동객에게는 최고의 힐링 공간이다. 그러나 때로는 누군가의 생명과 재산을 앗아 가는 곳이 되기도 한다.
우리 모두 각자가 정확한 안전의식을 갖고 실천한다면 바다는 언제나 우리에게 많은 유익한 것을 베푸는 고맙고도 친숙한 공간이 될 것이다.
안철준 울산해양경찰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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