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라마 ‘돌풍’이 질풍 같다. 국무총리와 부총리는 대통령을 밀고 도와 당선을 이룬 동지다. 그랬으니 그런 자리를 받았을 것이고. 이 두 사람은 대통령의 비리를 잘 알고 있다. 특수부검사 출신의 국무총리가 대통령과 독대한다. 총리가 물러나 달라고 한다. 능구렁이 같은 대통령이 순순히 물러나겠는가? 아니 당신 같으면 물러나겠는가? 아무리 뒤를 봐준다고 해도…. 오히려 정치보복으로 구속될 위기에 몰린다. 그래서 이판사판, 독한 마음을 먹고 독살을 시도하지만 죽이지는 못했고 대통령은 의식이 돌아오지 않는다. 총리는 일단 권한대행이 된다. 대통령권한대행이 되면 재임 중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다는 헌법 제71조와 84조가 있어 든든하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비서실장도 살인미수자인 권력을 쥔 사람을 돕는다. 그래야 자기도 그 자리에 머무를 수 있다. 대통령의 위해(危害)에 총리가 주범일 것이라고 믿는 부총리는 권한대행이 된 총리를 축출하려고 한다. 이 두 사람 간의 숨 막히는 다툼이 이 드라마의 전부다.
이들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권력을 잡아야 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음모도 꾸민다. 잡아떼기와 말 바꾸기는 애교 수준이다. 여론몰이도 잘 하고 돈줄도 잡고 있다. 악어의 눈물을 본다. 네 눈의 티만 들추어 부풀리는데 제 눈의 대들보는 하도 커서 집을 짓겠다. 딱 지금 보이는 꼴이 권력을 잡기에 혈안인 드라마 그대로다. 특검과 탄핵의 나라 꼴이 가라앉는 배 같다. 북핵보다 더 위험한 것이 자멸이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고 영광되게(MAGAGA; Make America Great And Glorious Again)를 부르짖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11월의 대선을 앞두고 앞서 나가고 있었다. 한 번 대통령을 했었는데 지난번에 지고도 또 도전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미국의 백인, 보수, 중산층은 피해자인가? 재정적자 문제, 불법체류자 문제, 낙태 찬반문제, 성 소수자 문제, 마약 문제, 북중러에 대한 확장세 견제, 도전받는 달러 기축통화에 대한 응전, 세계의 형님 나라로서 체면을 살리는 어려움 등은 어느 후보라도 해결해야 할 미국의 과제다. 과학과 기술에서 앞선 나라이지만 국내에서 제조업을 등한히 했기에 반도체를 거머쥐지 못했다. 자동차도 외제가 더 많다. 방산 무기는 막강하지만 제조원가가 높아 경쟁적이지 못하다. 물 부족국가에다 산불이나 폭설, 토네이도, 허리케인 등의 자연재해를 어찌할까? 지구 온난화의 원인인 에너지 소비는 미국이 1등이다. 그런데도 절약을 모르는 나라 같다. 그런 문제를 내가 풀 수 있다고 나섰는데 지난번 대통령 할 때 이룬 성과는 무엇인가? 4년이 짧아서 성과가 없었던 것일까? 유세중에 저격(狙擊)을 당했으나 불행 중 다행으로 귓바퀴를 스친 모양이다. 누가 장담하겠는가마는 그 덕(?)에 대통령 자리는 더 가까워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3일의 피격 사건 이후 지지자들에게 “절대 항복하지 마라(Never Surrender)”는 제목의 이메일을 보냈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고 영광되게’라더니 막말과 폭언, 의회를 점거해서라도 ‘이기면 된다’일까? 음모론이 어디까지 갈지, 진실은 언제 밝혀질지, 역풍은 누가 맞을지 궁금하다. 미국에 돌풍이 부니 ‘돌풍’의 명대사가 떠오른다. “거짓을 덮는 데는 더 큰 거짓이 제일이지!”
미국의 당면과제인 이민자와 불체자 문제는 양날의 칼이다. 주로 멕시칸인 이들은 값싼 노동력을 제공한다. 이들이 허드렛일을 다 한다. 제조업을 살리려고 외국기업이 미국내에 일자리를 만들지 않으면 관세로 수입을 통제하고 돈 안 되는 해외 문제엔 손을 빼거나 못 본 체해야 한다. 재정적자가 크니 내 코가 석 자인 것이다. 중국, 러시아는 물론 나토, 한국과 관련된 외교 및 경제통상 정책 등도 돈은 벌되 지원은 줄일 것이다. 이런 가운데 특히,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면 당장 방위비 협상이 껄끄러울 것이다.
미국이 한국을 통제하는 주요 수단은 핵 우산 아래에 두는 것이다. 한국에서 자체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한 가운데 한미 양국의 대통령은 7월11일, ‘한미 한반도 핵억제, 핵작전 지침에 관한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북한의 한국에 대한 어떠한 핵공격에도 즉각적, 압도적, 결정적 대응을 할 것’임을 강조하였다. 그런데 일본이나 괌에 있는 미국의 핵자산이 유사시에 기상 등의 문제로 얼마나 즉각적으로 날아올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는 일이고 미국의 대통령이 바뀌어도 이 합의문서가 그대로 갈 지는 의문스럽다. 그러니 자체 핵무장을 하자는 것이다. 정 안 되면 핵자산을 더 가까이 두어야 하지 않겠는가? 우리 땅에.
조기조 경남대 명예교수·경영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