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집중호우 대응에 집중하고자 예정돼 있던 회의 일정을 연기했다. 당초 윤 대통령은 이날 충남에서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한 유관 부처 장관들과 지방자치단체장 등이 참석하는 제7회 중앙지방협력회의를 주재할 예정이었다. 김두겸 울산시장도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오전 울산을 출발했다. 그러나 이날 새벽부터 폭우가 쏟아지면서 대통령실을 비롯해 중앙정부, 지자체 관계자들이 모두 현장으로 달려갔다.
울산은 장마가 시작된 이래 큰 집중호우가 내리지는 않았지만 누적된 강우량은 적지 않았다. 이로 인해 크고 작은 축대 붕괴 사고가 발생하고 주택에 흙더미가 덮치기도 했다. 하지만 대규모 피해는 없었다. 그럼에도 울산시민들은 최근 중부지방과 수도권에서 발생한 물난리가 울산에도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며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실제 울산은 지난 2016년 유사 이래 최대 규모의 물난리로 기록된 차바를 겪은지가 불과 8년밖에 되지 않은 상태다. 언제 어디서 국지성 폭우가 내릴지 아무도 알 수 없는 상태다.
올해 장마의 특징은 밤에 폭우를 쏟아내는 ‘야행성’과 좁은 지역에 쏟아지는 ‘국지성 집중호우’다. 지난 10일 충청·호남 지역에서는 200년에 한 번 나타날 수준의 폭우로 8명이 사망했다. 군산시 어청도에 내린 시간당 강수량 146㎜는 관측 사상 최고 기록이었다. 이 가운데 서울을 포함한 중부지방에는 오는 19일까지 최대 200㎜ 이상의 비가 더 내릴 것이라는 예보가 나왔다. 기상청은 18일까지 돌풍과 천둥·번개를 동반한 강한 비가 수도권을 포함한 중부지방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보했다.
지난해 발생한 오송 참사는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 할 최악의 사고였다. 오송 참사는 미호대교 가설을 위해 기존 제방을 허물고 부실하게 쌓은 임시제방이 집중호우를 견디지 못하고 유실되면서 넘친 강물이 순식간에 지하차도로 유입돼 일어난 사고다. 이제는 기상이변이 일상화되고 있는만큼 재해대책도 변화해야 한다. 최근 울산남구가 3억원을 들여 지역 맞춤형 하천통제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한 것은 대표적인 재해대책이라 할 수 있다. 남구는 무거천, 여천천 등 하천별 정확한 강수량 수치를 확인하고 원터치 벨트 형식의 출입통제시설을 설치하는 다양한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지금 집중호우 전선은 남부에서 중부, 수도권 등으로 오르락내리락 하고 있다. 울산은 아직 이렇다 할 피해는 없다. 하지만 집중호우는 한번 내리면 많은 사람이 죽거나 다친다는 것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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