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년 여름 더위가 심상치 않다. 기상관측 이래 기록적인 수준이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지난 몇 년간 여름철 폭염이 수년째 반복되고 있고 해마다 더 심해지는 것 같다. 이 같은 기록적인 폭염 현상이 계속되는 것을 두고 기상 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기후의 증세로 해석하고 있다.
오늘날 지구촌 곳곳으로 전에 볼 수 없었던 수준의 폭염과 한파 그리고 국지성 폭우와 강력한 태풍 등이 예측불가능한 형태로 발생해 농작물뿐만 아니라 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정책당국은 그에 대한 대책 마련에 절치부심하고 있다.
이상기후로 인해 앞으로 날씨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바깥 일을 하는 사람들의 고초는 이래저래 더 커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그 가운데에서도 특히 사무공간이 특정되지 않는 이른바 ‘이동노동’에 종사하는 분들의 체감도는 더욱 클 수 있다.
대리운전, 택배와 마트 배송기사, 퀵서비스, 음식배달 서비스, 가사(돌봄·요양·보육) 서비스, 방문 판매원, 가전제품 설치·수리, 학습지 교사 등 프리랜서 직업군이 대표적인 이동노동 직업군인데, 이들은 근무환경이 노상에 직접 노출되기 때문에 계절과 기후, 기온에 가장 민감한 직종임에는 틀림이 없다.
울산은 대기업과 중견기업 등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회사들이 타 도시에 비해 많은 편이라 그런대로 사내 근로복지시설을 잘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동노동 직군은 근무처 자체가 없어서 사내 복지를 전혀 누릴 수 없는 노상의 노동약자로서 특별한 배려가 절실하다.
울산시는 지역 노동계와 함께 이와 같은 이동노동의 실태를 파악하고 이들의 노동환경 개선과 권익 증진을 위한 정책을 고민해왔다. 그 가운데 하나가 ‘이동노동자쉼터’ 설치·운영 사업이다.
2022년 9월 남구 달동(달삼로 36, 3층)에 울산광역시 이동노동자쉼터 1호점을 개소했고, 이용자들의 반응이 좋아 2023년 9월에는 북구 진장디플렉스(진장유통로 16, 1094호)에 2호점을 개소했다. 앞으로 3호점 개소를 준비하고 있다고 하니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폭염과 한파, 혹은 비바람 속에서 잠시 쉬어갈 수 있도록 안락한 휴식처로 꾸며진 이 공간은, 냉·난방시설을 비롯해 여러 편의 시설과 장비를 잘 갖추고 있다. 내부 공간은 쾌적하게 꾸며져 있어서 이용 만족도 또한 매우 높다. 남성 출입이 엄격하게 제한된 여성 전용공간이 마련되어 있어 여성들도 마음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편히 쉴 수 있도록 전신 안마의자와 안락의자(리클라이너)는 물론, 시원한 물이나 따뜻한 차나 커피를 마실 수 있도록 냉·온수기, 커피머신, 제빙기, 냉장고 등을 비롯해 젖은 헬멧을 말리거나 휴대전화를 충전할 수 있는 장비나 시설까지 갖추고 있다.
여기에 더해 인터넷 검색과 문서출력을 할 수 있는 장비와 회의나 교육이 가능한 공간도 마련되어 있으며, 혈압 측정과 인바디 측정을 위한 장비까지 갖추고 있어서 간단한 건강점검도 해볼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이동노동자쉼터에서는 이용자의 필요에 따라 울산경제일자리진흥원의 노동인권센터로부터 법률, 노무, 심리상담 등을 비롯해 정부나 지자체의 각종 지원사업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있다.
이동노동 종사자 다수는 소속이나 근무처가 일정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제도나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이기 쉽다. 사실 우리는 이들이 얼마나 되는지 규모조차 잘 알지 못한다. 그러기에 이동노동 종사자들이 많이 모이게 되는 이 공간은, 단순한 쉼터 그 이상의 정책적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날씨가 점점 더워지고 있다. 무더운 날씨 속에서 이곳저곳을 다녀야 하는 이동노동 종사자들에게 ‘이동노동자쉼터’는 한낮의 무더위를 잠시 피할 수 있는 도심 속 오아시스가 아닐까 한다. 앞으로도 ‘이동노동자쉼터’가 널리 이용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철준 울산경제일자리진흥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