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울산 서부지역에 폭염경보가 발효되는 등 본격적인 찜통더위가 시작됐다. 폭염경보는 최고 체감온도 35℃를 넘는 상태가 이틀 이상 계속되거나 더위로 큰 피해가 예상될 때 내려진다. 비가 오고 난 뒤 높아진 습도에 폭염까지 겹치면 같은 기온이라도 체감온도를 높여 온열질환에 노출되기 쉽다. 전국 최대의 산업단지인 울산지역 산업현장 근로자들의 건강을 위해 적절한 조치가 필요한 때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19~2023년 발생한 온열질환자는 모두 8677명으로 이 중 81명이 숨졌다. 온열질환자는 2020년(1078명)부터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2023년 온열질환자 수는 2818명으로, 2022년(1564명)의 1.8배였다. 사망자도 2022년(9명)보다 3.6배 증가한 32명이었다. 2023년 온열질환자 누적 현황을 일자별로 분석해보면 장마가 종료된 7월26일 이후 가파르게 증가했다. 7월16일 492명이었던 온열질환자 수는 장마가 종료된 7월26일 804명, 약 2주 뒤인 8월9일에는 2122명으로 급증했다. 올해도 장마가 그치고 난 뒤 찾아올 폭염에 대비가 필요한 이유다.
울산지역 산업단지내 기업들은 각 현장별로 무더위 안전사고 및 온열질환 예방을 위해 적극적인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점심시간을 30분 늘려 운영하고, 일부 현장에서는 에어쿨링 재킷과 쿨스카프를 제공하고 있다. 조선업체에서는 제빙기를 곳곳에 운영하면서 식염 포도당과 얼음물, 아이스크림, 수박 등을 제공하기도 한다.
산업현장은 일반적인 온도 측정으로는 정확한 사태 파악이 안되기 때문에 노동부·기상청 등에서는 지난 6월부터 ‘근로자 맞춤형 폭염 영향예보’를 일 단위로 제공하고 있다. 예를 들어 폭염특보가 발효된 석유화학단지의 경우 기온 측정을 위해 구비한 온습도계에는 사람 체온에 육박하는 ‘36도’라는 숫자가 나타났지만 기상청이 관측한 이 지역 기온은 25℃에 그쳤다. 이는 공단·도심 지역과 기상청 자동기상관측장비 설치 지점의 기후 조건이 서로 괴리돼 있는 탓이다. 이에 따라 현장에서는 작업자 건강 관리에 혼선이 빚어질 수도 있다.
기상청은 지난달 울산과학기술원의 AI 머신러닝 모델인 ‘장단기 메모리 통계 모형’을 이용해 올여름 폭염이 평년(10.2일)보다 4~6일 가량 많이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마가 끝나가고 있는 이 때 기업체는 물론 울산시도 각별한 관심을 갖고 온열질환자 보호에 배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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