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함께 키워가야 할 공정과 상생의 씨앗, 납품대금연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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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함께 키워가야 할 공정과 상생의 씨앗, 납품대금연동제
  • 경상일보
  • 승인 2024.07.24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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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택 울산지방중소벤처기업청장

2023년 1월3일, 중소기업계의 기대 반 우려 반 속에 ‘납품대금연동제’가 도입됐다. 납품대금연동제는 수탁기업이 위탁기업에 납품하는 물품 등의 주요 원재료 가격이 일정 수준 이상 변동하는 경우, 그 변동분에 연동해 납품대금을 조정하는 제도이다. 2023년 10월4일 의무 시행되어 약 3개월간의 계도기간을 거쳐 2024년 1월1일부터 본격 시행되었다.

제도 도입까지 약 14년이라는 오랜 산고 끝에 납품대금연동의 첫 싹을 틔웠기에, 튼튼한 뿌리가 속히 내리기를 간절히 바라는 기대 또한 크다. 법 시행 후 1년 6개월여의 시간이 흐른 지금은 실뿌리가 서서히 착근 중인 것 같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위탁기업들이 연동협약 체결을 부담스러워 하는 것 같다. 납품단가 변동이 위탁기업과 수탁기업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윈윈게임이라지만, 원자재 하락보다는 상승 변수가 더 많았기에 위탁기업 입장에서는 여전히 적극적 시행엔 소극적인 분위기가 읽혀진다. 일부 수탁기업도 떡 줄 사람이 생각이 전혀 없는데, 김칫국부터 마실 수 없으니 위탁기업 눈치만 보고 있는 형국이다.

산업수도로서 대-중소기업간 협업과 협력이 중요한 울산이라고 형편이 더 낫지는 않다. 울산소재 1만여 제조 중소기업은 납품비중이 80%에 육박할 만큼 위탁기업 의존도가 매우 높다. 중소기업이 선제적으로 납품대금 연동계약 요청 시, 거래가 단절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선뜻 말이 나오지 않을 것이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 등으로 불안정했던 원재료 가격이 최근에 비교적 안정되면서, 거래 단절의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납품대금 연동계약을 요구해야 할 필요성도 낮아졌다. 위탁기업이 납품대금연동에 대해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지 않는다면 수탁기업이 먼저 계약체결을 요구하기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연동계약 체결을 원하는 수·위탁기업들에게도 원가산정 및 참여방법 등에 대한 정보부족이라는 험난한 여정이 놓여있다. 연동계약 체결 대상은 납품대금의 10% 이상 비용을 차지하는 주요 원재료가 있는 수·위탁거래이다. 따라서 수탁기업은 원가분석을 통해 주요 원재료 해당 여부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 그런데 중소기업은 원가분석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해 원가분석에 대한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이런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3월부터 ‘연동약정 체결 지원사업’을 신설 운영하고 있다. 지원 내용은 두 가지로, 주요 원재료 확인서 발급과 연동약정 컨설팅 지원이다. 한국물가협회 등 공신력 있는 제3의 기관에서 원가분석을 실시하고 납품대금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주요 원재료에 대한 확인서를 발급한다. 원가분석 결과 보고서도 함께 제공한다. 발급 비용은 무료이며, 기업당 1회 지원한다.

또한, 연동계약 체결대상 여부, 원재료 단가 기준지표, 약정서 내 법정 필수기재 사항 등에 대한 컨설팅은 수·위탁기업 모두 1회 무료 지원한다.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 홈페이지에서 사업 신청이 가능하며, 확인서 발급과 컨설팅 중 하나를 선택하거나 두 가지 모두 신청할 수 있다.

대한민국은 모든 경제활동이 자유시장경제 원리에 따라 시장을 통해 이루어진다. 거래 대상의 가치를 가장 잘 반영하는 것이 시장에서 형성된 가격이다. 가격이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불합리한 가격이 책정된다면 경제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사람들은 불합리한 가격이 판치는 상황을 ‘경제정의가 실종된 사회, 불공정한 세상’이라고 인식한다.

상생과 공정이 사라진 시장경제는 지속 가능하지 않으며 낙후되고 불공정한 시장을 지닌 국가가 발전한 사례는 역사적으로 그 유례가 없다. 최근 ESG 경영에 대한 열풍이 전 세계적으로 뜨겁다. 여기서 사회적 책임은 ‘공정한 상생’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납품대금연동제는 수-위탁 기업 상호간 관심과 배려를 통해 우리 모두 함께 성장시켜야 할 작은 씨앗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 조그마한 씨앗이 자라 거목이 되고, 숲을 이루는 파급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울산의 산업 백년대계를 만들기 위해 연동계약 체결에 박차를 가했으면 한다.

이종택 울산지방중소벤처기업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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