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홍가의 정원이야기(52)]공생하는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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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홍가의 정원이야기(52)]공생하는 정원
  • 경상일보
  • 승인 2024.07.24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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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홍가 (주)쌈지조경 소장·울산조경협회 부회장

울산 시청사 내 정원에 새롭게 논이 생겼다. 실개울 모래톱을 따라 줄 지어 다니는 아기 오리들의 모습이 정겹다. 잊혀진 시골풍경이 재현되면서 도심 한복판임에도 벌과 나비는 물론 왜가리도 찾아오는 진풍경이 연출 되고 있다.

정원은 식물뿐만 아니라 동물도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많은 곤충류와 조류, 포유류들은 해충을 효과적으로 통제해 유기 방제에 도움을 준다. 태화강 국가정원을 걷다 보면 정원에서 텃새를 부리는 후투티와 꿩을 자주 만나기도 하고, 얼마 전 자연주의 정원에서는 청띠제비나비가 발견되어 방문객에게 반가움을 선사했다.

여러 가지 꽃과 식물은 다양한 곤충들을 유인하고, 이는 또 다른 새들을 불러들인다. 이를 위해서는 최대한 다양한 자연 서식지를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역 생태 환경에 순응하면서 유해한 살충제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화학 약품은 조류와 같이 먹이 사슬의 위쪽에 있는 생물의 먹이가 되는 수많은 작은 생물들을 해칠 수 있다. 따라서, 정원을 지나치게 깔끔하게 유지하기보다 유용한 생물이 다양하게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 버들마편초와 제비나비.
▲ 버들마편초와 제비나비.

7월 장마가 지나면서 한창 꽃을 피우던 다년초들은 씨앗을 맺으며 휴면에 들어가게 된다. 마른 꽃대를 잘라내고 정리를 해야할까? 8월 무더위가 지나가면 시든 꽃대를 모두 제거하지 않는 것이 좋다. 이는 겨울철 정원에 서식하는 생물들에게 중요한 식량원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풀을 모두 깎아내지 않고 일부를 남겨 두어야 한다. 풀은 수많은 야생생물들의 안식처와 서식처가 된다. 장작더미가 있다면 쌓아서 월동할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하는 것도 좋다.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약간의 잡초를 남겨두어 야생 생물에게 유용한 공간도 마련해 주자. 초봄에 동면하는 동물들을 방해하지 않도록 정원을 손질할 때 주의해야 한다. 지구라는 큰 정원에서 다양한 생명체와 함께 살아가는 미덕을 발휘하자.

정홍가 (주)쌈지조경 소장·울산조경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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