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미래의 컴퓨터: 슈퍼컴퓨터와 양자컴퓨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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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미래의 컴퓨터: 슈퍼컴퓨터와 양자컴퓨터
  • 경상일보
  • 승인 2024.07.29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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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양 울산과학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컴퓨터(computer)는 2진법인 0과 1 즉, 비트(bit)라는 단위를 이용해 논리연산을 수행하고, 저장을 하는 전자기계이다. 컴퓨터의 어원은 ‘compute’ + ‘-er’, 즉 ‘계산자’ ‘계산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인간이 계산을 하는 도구로서 가장 처음 발견된 것은 주판이며, 기원전 약 3000년 전 고대 메소포타미아인들이 가장 먼저 사용했다고 추정된다. 주판을 제외하면 17세기까지 계산을 위한 특별한 도구가 없었으나 프랑스의 수학자이자 철학자인 파스칼에 의해 톱니바퀴를 이용한 기계식 수동계산기(최초의 디지털 계산기)가 만들어져 덧셈과 뺄셈을 하는 정도로 사용됐다.

현대적 의미의 컴퓨터는 1만8000여개의 진공관과 1500개의 계전기를 사용한 무게가 30t이나 되는 거대한 기계인 에니악(ENIAC: Electronic Numerical Integrator And Computer)을 들 수 있다. 이후 부피가 큰 진공관을 대신할 수 있는 반도체인 트랜지스터의 발명으로 컴퓨터는 소형화되고 연산 속도 또한 빠르게 수행하게 된다. 이후, 반도체 기술과 전자기술의 급속한 발달로 부피는 점점 작아지고 연산속도도 피코초(ps: 10-12s) 단위로 빨라지게 된다. 이용범위도 확대되어 PC(개인용 컴퓨터)나 노트북, 모바일을 비롯해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대부분의 가전제품들뿐만 아니라 산업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 됐다. 현대사회는 컴퓨터로 시작해서 컴퓨터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컴퓨터는 국방목적과 국가적인 전략 분야의 과학기술 연구 목적에 의해 기존의 컴퓨터 성능보다 더 빠르고 대용량의 연산처리를 가능하게 하는 컴퓨터가 필요하게 된다. 이에 걸맞게 개발된 컴퓨터가 그 시대의 슈퍼컴퓨터(supercomputer)로 불리게 된다. 그 뒤로 등장하는 가장 빠르고 뛰어난 성능의 컴퓨터들은 계속 그 시대의 슈퍼컴퓨터가 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슈퍼컴퓨터의 개념은 절대적 기준이 아닌 상대적인 것으로 정착됐다.

일반적으로 슈퍼컴퓨터를 가장 가까이서 접해볼 수 있는 매체는 단연코 기상예측의 일기예보다. 슈퍼컴퓨터의 성능에 따라 일기예보가 잘 맞는다는 보장은 없으나 정확한 예측을 위해 꼭 필요하다. 그 외에도 모의 핵실험같이 계산실험으로 대처하기 위한 분야에도 사용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무기뿐만이 아닌 일반 기업에서(물론 비용문제 때문에 대기업 수준이 되어야 가능하겠지만) 휴대폰, 각종 전자제품, 자동차 등을 설계할 때에도 슈퍼컴퓨터를 이용한 시뮬레이션을 하고 있다. 아닌 게 아니라 이미 슈퍼컴퓨터가 한 나라의 국력과 과학, 기술력의 척도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에 슈퍼컴퓨터를 대체할만한 새로운 개념의 양자컴퓨터(quantum computer)가 개발되고 있다. 양자컴퓨터는 물리학의 양자역학적인 현상인 양자 얽힘(quantum entanglement)이나 양자 중첩(quantum superposition)을 활용해 자료를 처리하는 계산 기계이다. 그러한 방법을 ‘양자 컴퓨팅’이라고도 한다. 양자 컴퓨팅은 컴퓨터 과학, 물리학, 수학의 여러 측면으로 이루어진 종합적 분야로서 기존의 컴퓨터보다 빠르게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고전적인 컴퓨터에서 자료의 양은 0(off)과 1(on)을 구분하는 비트(bit)로 측정되는 반면에 양자 컴퓨터에서 자료의 양은 0과 1의 얽힘 상태인 00, 01, 10, 11을 사용한 양자비트, 큐비트(Qbit: Quantum bit)로 측정된다. 양자계산의 기본적인 원칙은 입자의 양자적 특성이 자료를 나타내고 구조화할 수 있다는 것과 양자적 메커니즘이 고안되어 이러한 자료들에 대한 연산을 수행할 수 있도록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에 기인한다. 또한 양자 정보 통신을 활용한 양자 컴퓨터는 저온 초전도체를 이용해 연산이 수행되므로 한 개의 처리 장치에서 여러 계산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어 정보 처리량과 속도가 지금까지의 컴퓨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뛰어나다. 이론적으로 현재 최고의 슈퍼컴퓨터가 수백 년이 걸려도 풀기 힘든 문제도 단 몇 초 이내의 어마어마한 속도로 빠르게 풀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양자컴퓨터의 실용화는 여러 가지 기술적 난제로 아직 시간이 남아 있으나, 완성된 후의 양자컴퓨터는 해킹이 불가능한 암호학과 보안 분야, 머신러닝과 AI 분야, 신소재와 의약분야와 함께 지구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데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AI에 걸맞은 미래의 컴퓨터는 슈퍼컴퓨터보다는 양자컴퓨터의 시대가 다가올 것 같다. 양자컴퓨터 연구에 민간차원을 넘어 국가적인 차원에서 R&D 투자를 아끼지 않아야만 미래의 과학기술과 산업의 다양한 응용분야에서 더 이상 선진국들에 뒤쳐지지 않을 것이다.

하양 울산과학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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