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과 대전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지역도 산업기반도 다른 두 도시의 공통점은 불행히도 젊은층 사이에서 ‘노잼시티’로 불린다는 것이다. 도시의 삶은 재미가 있어야 젊은 사람들이 머무르고, 젊은 사람들이 있어야 인구도 증가하고 소비도 활성화된다. 노잼시티는 지역내 자영업자들에게는 생존의 문제이며 울산의 도시경쟁력을 위해 반드시 극복하고 벗어나야 하는 지양점이다. 울산은 제조업의 도시로 알려져있지만 매우 수려한 자연환경과 관광자원을 갖고 있다. 울산 어디서든 수십분내 동해바다에 갈 수 있고, 영남알프스는 전국 산악인들로부터 극찬을 받고있다. 다른 해안가에는 볼 수 없는 몽돌해변이 있고, 국가정원에는 십리대숲을 걸을 수 있다. 산, 바다, 계곡을 모두 즐길 수 있는데 왜 관광객들은 울산을 찾지 않을까? 젊은 사람들은 왜 울산이 재미없다고 할까? 인접 도시 경주를 보면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경주에서 가장 사람이 많은 곳은 황리단길이다. 불국사앞 유스호스텔 등은 문을 닫았지만, 황리단길옆 고가의 한옥스테이는 예약조차 어렵다. 보문관광단지에는 문 닫은 가게를 쉽게 볼 수 있는 반면 황리단길은 찾는 사람이 많아 점점 면적을 키우고 있다. 다른 지역에서 먹기 어려운 특이한 먹거리와 소소한 놀거리같은 특색있는 문화가 있기에 그곳을 찾는다. 이것이 요즘 관광트렌드이다. 울산은 황리단길과 같은 특색있는 상업지역이 없고 전국 어디에나 있는 프랜차이즈 매장, 코로나 이전의 회식문화에 어울리는 상업시설에만 머물러있다. 하루이상 체류하며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요소가 없는 것이다.
주말저녁 울산행 비행기에는 주말동안 서울에서 놀고즐긴 울산청년들이 적지않다. KTX역은 주말을 서울집에서 보내고 다시 일을 하기 위해 돌아오는 혁신도시 공기업 직원들로 붐빈다. 슬프게도 울산의 젊은이들은 주말을 울산이 아닌 부산, 대구, 서울에서 즐기기 위해 평일에는 돈을 아낀다고 한다. 도시가 성장하고 발전하려면 젊은이들에게 맞는 일자리가 늘어나야 하고 이들이 지역내에서 소비하도록 해야 하는데 울산은 반대의 현상이 나타나고있다. 젊은 사람들이 도전하고, 일하고,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미래울산을 만드는 핵심요건이다.
노잼도시의 반대개념인 ‘유잼도시’의 핵심은 ‘개성’이다.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지역, 관광객들이 자주찾는 지역의 키워드는 대량생산처럼 찍어내듯 똑같은 먹거리, 볼거리, 즐길거리가 아니라 각자의 개성과 취향에 공감하고 참여하는 즐거움이 있어야 한다. 오래된 인쇄골목이었든 을지로는 레트로한 음식점과 카페, 노점호프가 더해지며 ‘힙지로’가 되었다. 경사가 심하고 주차장이 부족해 마을버스를 타고 다녀야 하는 이태원 해방촌은 개성넘치는 새로운 상업시설이 들어서며 MZ세대들이 줄서며 즐기는 명소가 되었다. 전국의 수많은 출렁다리와 케이블카도 그 지역만의 특색있는 먹거리와 즐길거리, 즉 상업시설이 더해져야 생존이 가능한 시대다.
울산만의 개성넘치는 먹거리와 볼거리, 상업시설, 거리를 만들기 위해 울산시와 각 구청은 개성있는 콘텐츠 발굴에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서울 홍대거리가 위치한 마포구청에는 ‘레드로드 발전소팀’이라는 특이한 부서가 있다. 얼마전 홍대거리를 재정비하며 바닥을 붉은색으로 칠했는데 그 길을 계속 발전시키기 위한 만든 부서다. 이 부서는 민간과 밀접하게 교류하며, 레드로드에 축제, 버스킹 등 즐길거리가 끊이지 않도록 기획하고 관리한다. 이 때문인지 홍대앞 예술시장 플리마켓에는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디자이너들의 개성이 담긴 제품을 체험하고 구매하기 위한 내외국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울산이 ‘유잼도시’로 나아가고 관광활성화를 위해서는 수십억의 예산이 소요되는 대형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도 지금 울산에 없는 개성 넘치는 상업시설과 즐길거리를 만들어 관광객의 24시간을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지역의 젊은 예술인을 육성하고, 외지인들이 찾을 수 있도록 지역에 특색있는 문화를 더하고, 수려한 자연환경에 더해 저녁시간까지 즐길 수 있는 ‘울산만의 개성’을 더하는 것이 지역경제를 살리고 도시를 키우는 일이다.
이정협 서호홀딩스 대표이사 울산시체육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