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의 많은 지역에서 도시재생사업이 활발히 시행되고 있다. ‘도시재생’이란 인구 감소, 산업구조 변화, 무분별한 도시 확장, 주거환경 노후화 등으로 쇠퇴한 지역을 주민들의 자치 역량 강화, 지역 역사·문화자원 활용, 차별화된 매력 요소 도입을 통해 경제적, 사회적, 환경적으로 새로운 생명력을 부여하는 것을 의미한다. 울산시에서는 남구 삼호동 도시재생사업을 비롯한 다양한 사업이 완료되었고, 지금도 지자체의 특성을 반영한 새로운 사업들이 진행 중이다.
쇠퇴한 지역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다양한 정책과 많은 예산지원으로 시행된 도시재생사업 중에는 성공적인 사례들도 있지만, 실패한 사례들도 적지 않다. 사업유형 및 지역 특성과 관계없이 도시재생사업의 성공 여부는 지역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 의지와 관련 기관의 일관된 지원 그리고 다른 지역과의 차별화된 특성 구축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 유일의 ‘고래문화특구’인 장생포는 성공적인 사업 수행과 혁신적인 변화를 통해 도시재생사업의 지속가능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역이다. 고래잡이 금지에 따른 수산업의 쇠퇴, 국가산업단지 조성으로 인한 지역발전의 한계와 거주환경 악화를 극복하기 위해 시도된 장생포 도시재생사업은 지역의 정체성인 고래문화를 혁신적으로 재해석하고 현대화함으로써 소멸해 가던 지역에 새로운 활기와 발전을 가능하게 했다.
최근 장생포의 새로운 변신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바로 ‘수국마을 장생포’라는 창의적 발상 때문이다. 수국은 많은 국민이 사랑하는 대표적인 꽃이다. 수국의 한자 이름인 수구화(繡毬花)는 비단으로 수를 놓은 것 같은 둥근 꽃을 의미하며, 화려함보다는 넉넉하고 편안한 느낌을 준다. 수국은 물을 좋아하는 특성 덕분에 초여름부터 무더운 여름 중순까지 꽃을 피우며, 장마철과 겹치는 시기에 만개한다. 매년 6월이 되면 제주도 휴애리 자연생활공원, 전남 함평 자연생태공원, 경남 고성 그레이스 정원, 경기도 아침고요수목원처럼 전국적으로 이름난 장소에서 수국 축제가 열린다. 이제 장생포 수국마을도 전국적 명성의 수국 축제 개최지로서 입지를 굳히고 있다.
2019년부터 시작된 장생포 수국마을 프로젝트는 남구청 정원녹지과 공무원들의 창의적 발상과 지역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통해 장생포의 새로운 경쟁력이 되었다. 공원 조성과 유지관리에 많은 예산이 투입되고 있지만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던 장생포 근린공원을 이용해 ‘고래마을 장생포’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는 남다른 관심과 헌신적 노력이 지금의 수국마을을 만든 계기가 되었다. 남들이 보지 못했던 근린공원의 유휴 공간을 수국으로 채워 새로운 지역의 경쟁력으로 성장시킨 것은 창의적 발상(Creative Thinking)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2022년부터 개최된 장생포 수국 축제는 1회 2만여 명, 2회 7만여 명의 방문객을 불러 모았으며 3회째인 올해는 58만여 명의 관람객이 방문해 지역 재생의 새로운 동기를 제공했다. 이처럼, 지역의 역사문화적 기반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새로운 문화자산을 개발하고 발전시킬 때 지속가능한 도시재생을 실현할 수 있다.
장생포 수국 프로젝트는 단순한 관광지 개발을 넘어, 지역 주민들 삶의 질 향상에도 기여하고 있다. 주민들은 수국을 심고 가꾸는 과정에 참여해 지역발전의 주체가 되고, 지역발전의 핵심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수국 축제기간 동안 지역 상점과 음식점들이 활성화되면서 경제적인 혜택과 지역에 대한 자부심을 체험하고 있다.
장생포는 오래된 고래 문화와 새로운 수국 축제가 융합된 도시재생의 성공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창의적 발상과 자발적 참여 그리고 일관된 행정적 지원이 있을 때 도시재생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앞으로도 장생포가 ‘수국의 향연(饗宴)’과 ‘고래의 환영(歡迎)’ 속에서 더욱 발전해 나가기를 기대한다.
이규백 울산대학교 교수 울산공간디자인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