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울산의 문화적 감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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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울산의 문화적 감수성
  • 경상일보
  • 승인 2024.08.12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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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대 울산시 대외협력비서관

2년 전, 울산시가 광역지방자치단체로는 최초로 ‘법정 문화도시’로 선정되던 날, 문화도시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겨 본 기억이 떠올랐다.

다소 추상적인 개념일 수 있지만, 글자 그대로 문화를 담은 도시 또는 문화적 힘이 충만하고 활발한 도시라고 생각할 수 있다.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도시에서 시민이 공감하고 함께 즐기는 도시’, 이론적 개념에 등장하는 이 표현은 법정 문화도시가 지향하는 방향이 시민이 중심이 된다는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시민 중심의 문화는 곧 지역 주민이 갖는 문화적 자부심 및 자긍심과 직결된다. 미국의 한 언론에서 전 세계 87개국을 대상으로 문화 선도국 10개국을 선정했다는 기사를 봤다. 우리나라는 10위로 선정됐다. 나쁘지 않은 성적이었지만, 우리나라보다 앞선 8위를 차지한 캐나다에 관심이 쏠렸다.

캐나다가 우리나라보다 앞선 8위가 된 이유는 간단했다. 1971년 국가의 다양성을 기념하는 다문화주의 국가 정책을 선택한 캐나다인들은 모든 시민이 자신의 문화를 존중하도록 장려하는 데 자부심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문화적 자부심은 관습, 전통, 신념 및 가치를 포함해 문화의 다양성과 융합을 인정하는 문화 감수성이라는 토양이 없으면 자라지 못한다. 시민이 문화적 감수성을 수용할 때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진다는 것이다.

우리의 문화적 자부심은 그 영향력으로 평가를 받는다.

한국의 K-pop, K-drama, K-beauty 등 K로 시작되는 열풍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선진국은 물론 개발도상국, 후진국이 따로 없다. 우리나라의 문화적 영향력은 점차 확대되어 2023년 기준 문화적 영향력 순위는 9위를 차지했다.

그렇다면 법정 문화도시로 지정된 울산의 대외 문화적 영향력은 과연 어느 수준일까?

문화적 영향력을 측정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예를 들어 울산의 문화 상품이 국내 또는 세계적으로 얼마나 많이 소비되고 있으며 울산의 문화가 세계적으로 얼마나 알려져 있는지 등을 조사해 측정할 수 있다.

울산의 법정 문화도시 선정은 당연히 울산의 문화적 자부심을 드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다.

5개 구·군의 특색있는 문화프로그램으로 자치구의 특성을 살리고 울산시를 관통하는 태화강을 매개로 ‘광역형 문화도시’의 모델을 만드는 과제를 어떻게 풀어나가느냐도 관건이다. 하지만, 울산시민 스스로 문화적 자부심을 갖추지 못한다면 문화 다양성을 어떻게 포용할 수 있을까.

또 문화적 감수성을 배양하지 않고 어떻게 다양한 커뮤니티를 이해하고 지원할 수 있으며 소외된 집단이 직면한 고유한 문제를 인식하고 대응하며 시스템적 장벽을 적극적으로 해체할 수 있을까.

울산의 문화도시로의 도약은 단순히 ‘법정 문화도시’로의 선정, 그 이상의 가치를 남겨야 한다.

울산의 미술관, 박물관, 도서관 각 길목이 살아 숨 쉬는 예술적 가치로 재조명되고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들에게 사랑받는 문화적 랜드마크로 거듭나야 한다. 집 가까운 곳에도 박물관과 미술관, 도서관은 있으며 직장 가까운 곳도 마찬가지다. 조금 멀다고 해도 1시간 이내에 발길이 닿는 박물관과 도서관, 미술관은 지천에 많다. 새로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있는 것을 제대로 활용하는 것이 훨씬 더 지혜로운 일이다.

최근 미국 박물관에는 빈 전시관이 많아지고 있다. 1866년 세워져 세계 최고 규모와 역사를 자랑하는 대학 박물관인 하버드 피바디 고고인류학 박물관도 예외가 아니다. ‘피바디 박물관’은 미 대륙 원주민 역사를 잘 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지만 정작 해당 전시관 곳곳은 텅 비어 있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문화적 감수성(cultural sensitivities) 문제로 철수했음’이라는 표지판만 있다. ‘문화적 감수성’이란 미국 사회에서 핍박받고 멸족된 미 원주민들에 대한 배려를 의미한다.

울산의 ‘문화적 감수성’은 무엇을 배려하는지, 또 우리는 ‘문화적 감수성’을 어떻게 높여나갈지 함께 고민해 볼 문제다.

김종대 울산시 대외협력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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