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 등 잇따른 전기차 화재를 계기로 전기차의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안전에 대한 우려, 충전의 불편 등을 이유로 하이브리드(Hybrid) 차량으로 눈길을 돌리는 차량 구입자도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재고가 쌓여 있는 전기차는 즉시 할인가격으로 출고되지만, 인기 있는 하이브리드 차량은 운전대를 쥐기 위해 반년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고 한다. 꾸준히 인기 있었고 지금도 그 열기가 식지 않은 전기차로서는 다소 난감한 상황이지만 기술 발전의 흐름에 따라 또 달라질 수 있는 일이다.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한시적인 기술이라고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이브리드란 어떠한 목적을 위해서 이질적인 두 가지 이상의 요소가 서로 섞여 있는 것을 말한다. 크로스오버(Crossover)나 퓨전(Fusion)과 유사한 용어이다. 각 요소의 장점이 타 요소의 단점을 보완해 상승효과를 발휘하는 것이다. 최근 기술이 발전하면서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탄생했는데, 전기 자동차와 가솔린 자동차의 원리를 결합해 연비 혁신과 유해가스 배출 감소라는 효능을 발휘하는 두 원리 자동차의 중간단계 차량이다.
그 외에 하이브리드가 적용된 사례들을 패션, 오디오, 기계공학, 전자공학, 음악 등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패션에서는 여러 패션 감각의 공존을 의미하고, 오디오나 공학에서 하이브리드 IC는 혼성집적회로를 의미하며, 음악에서는 여러 장르를 결합한 음악을 가리킨다. 봄여름가을겨울의 ‘어떤 이의 꿈’을 한국형 하이브리드 음악의 효시라고 하는 평도 있다.
이런 맥락으로 음식에서 퓨전요리가 많이 유행하는데, 우리가 익히 아는 음식 중 많은 것들이 그 탄생기에는 퓨전요리였을 것으로 생각된다. 일례로 짬뽕은 역사적으로 한국, 중국, 일본의 문화가 결합된 복합음식이라고 한다.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과거형의 대표 격인 내연기관의 기존 문제를 해결하고 미래형인 전기 자동차의 아직 부족한 점을 보완하는 것으로, 거대 인력과 비용을 집중해 탄생한 혁신적인 발명품이다.
발명의 원리 중 대표적인 것으로 결합발명이 있고 하이브리드 자동차도 그 결합발명의 산물이다. 결합발명의 쉬운 예로 지우개 달린 연필을 들어 보겠다. 연필은 필기구로서 중요한 기능을 발휘한다. 한편, 지우개는 연필로 쓴 글씨를 지우는 또 다른 중요한 기능을 발휘한다. 두 기능을 모두 하나의 물건이 발휘한다면 이보다 더 좋은 것이 없겠다는 것이 그 발명자의 의도였을 것이다. 발명의 초기에는 아마 지우개를 연필의 끝에 부착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쉽게 딱딱해져 버리는 작은 지우개로 제대로 지우는 기능을 오랫동안 유지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기존의 지우개 소재에서 개량에 개량을 거듭해 현재의 작은 부착형 지우개가 탄생하지 않았을까 싶다. 이렇듯 결합이 쉽지 않을 때 진보성 요건을 만족해 그 발명에 특허가 부여될 수 있다.
현대는 갈수록 갈등이 심화되고 다툼이 난무하는 대립의 시대로 치닫고 있다. 남녀갈등, 노소갈등, 노사갈등, 선후진국의 갈등과 대립 등. 어느 하나를 택하고 편을 들려니 골치가 아플 것이다. 아이들에게 장래 희망을 하나 고르라고 하면 대부분은 곤란해한다. 뚜렷한 장래 희망을 말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과연 그 꿈이 지속될 것인지, 부모에 의해 강요된 꿈은 아닌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정치 이야기를 하자면, 주위 사람들에게 진보냐 보수냐를 묻는다면 대답을 못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렇다면 많은 대중들 중에는 이른바 하이브리드 정치를 원하는 수도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극명하게 대립되는 두 색만이 색인 것은 아니다. 예컨대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은 수많은 색을 사용한다. 전문적인 화가로 갈수록 더 많은 색을 사용한다. 그 이름도 다양해 필자로서는 생판 처음 듣는 색들도 많다. 이처럼 다양하게 표현되는 것이 현대의 미술이다. 그런데 왜 정치권만 두 색만으로 세상을 그리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정치권 외에도 대립하는 모든 집단, 이슈들에 있어 하이브리드는 충분히 고려할 만한 대안이 될 수 있으리라.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현재로서는 중요한 대안이듯이.
김지환 지킴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