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경기 부천시의 한 호텔에서 일어난 화재로 투숙객 7명이 사망하고 12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번 참사는 전형적인 후진국형 인재다. 안전 인프라의 곳곳에 구멍이 난 것이다. 소위 선진국이라고 자부하는 우리나라가 이런 터무니없는 안전사고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돼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특히 소방대가 긴급 설치한 에어매트로 뛰어내린 투숙객 2명이 사망한 사실은 실로 충격적이다. 1명이 먼저 뛰어내릴 때 모서리 쪽으로 떨어지는 바람에 에어매트가 딱지처럼 뒤집혀 제 기능을 하지 못했고, 그 상태에서 다른 1명이 뛰어내려 둘 다 생명을 잃었다.
이와 관련해 울산 동부소방서는 외국인 기숙사 소방안전 관리를 대폭 강화·확대할 방침이라고 한다. 현재 동구 방어동 글로벌하우스는 HD현대미포에 근무하는 외국인 근로자의 기숙사로 활용되고 있다. 1~3동까지는 40여년 된 오래된 건물로 약 900여명이 거주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도 화암재, 기술재 등에 1800여명의 외국인이 머물고 있다. 동구지역에는 현재 10개의 외국인 기숙사가 위치해 있다.
이번에 동부소방서가 소방안전 관리를 확대하기로 한 것은 잘 한 일이다. 외국인들이 많이 살고 있는 기숙사 등은 의사소통이 잘 안돼 초동 대응이 지연될 수 있고, 이로 인해 조그만 실수가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또 기숙사 대부분이 오래된 건물이다 보니 화재에 취약하다. 특히 각 침대에 설치한 사생활 보호 칸막이 천은 화재시 피해를 키울 수 있다. 부천 호텔 화재의 경우 지난 4월 민간 소방시설 관리업체 점검 과정에서 단 한 건의 지적 사항도 나오지 않았다. 이 관리업체는 점검 결과표에 ‘양호하다’는 보고서를 소방서에 제출했으나 결과는 대형 인명피해였다.
소방안전은 100% 완벽한 것이 없다. 일각에서는 위탁을 받은 업체가 향후 계약상 불이익을 우려해 기본적인 안전 진단만 실시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문제점으로 초기 대응 실패, 대피 경로 부족, 안전장치 미비, 그리고 건물 구조적 문제 등을 꼽고 있다. 해당 건물은 2004년에 준공된 것으로 지상 9층, 객실 64개나 되는 호텔이지만, 초기 화재진화용 스프링클러가 단 한 대도 설치되지 않은 건물이었다.
울산을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이번 같은 사고 가능성은 울산 곳곳에 잠재돼 있다. 특히 동구의 기숙사는 당연히 특별 점검대상이다. 울산시와 소방당국은 ‘양호하다’라는 소방점검 결과를 결코 100% 믿어서는 안된다. 빈틈은 어느 곳에나 있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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